『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떼지어 날고 피를 빨며…』 이런 얘기 나오면 박쥐는 그저 억울하다. 사람들이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 싶다. 이런 박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책이 스위스 바젤에서 나왔다. 박쥐연구가 위르겐 겝하르트(56)씨는 20여년간의 현장연구 결과를 「박쥐들」(비르크호이저출판사 발행, 380쪽, 68마르크)에 고스란히 담아 우리의 잘못된 통념을 통렬히 깨부순다.우선, 박쥐는 빛을 싫어하는 야행성이다? 아니다. 『박쥐는 일출 얼마 후, 심지어 화창한 대낮에도 날아다닌다. 맹금류에게 잡혀먹히지 않기 위해 밤에만 사냥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쥐는 해롭다? 아니다. 『「저녁항해자」란 이름의 유럽박쥐 한 마리는 3개월 동안 하루살이나 모기 100만마리를 잡아먹는다. 많이 먹을 때는 위가 전체 체중의 5분의 1이나 될 정도로 부풀어오른다. 해충을 막아주는 동물이다. 문제의 흡혈박쥐는 극히 일부이다』
겝하르트씨는 바젤 자연사박물관 동물표본 관리담당자. 박사학위는 없지만 박쥐에 관해서만은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무궁무진한 박쥐의 비밀중 또 한가지. 『비행 중 박쥐의 심장박동수는 분당 1,000회나 된다. 심장이 포유류 중에서는 몸집에 비해 가장 크고 발달돼 있다. 날개 말단 부위까지 피가 통하기 때문에 날갯짓 할 때 엄청난 에너지 소비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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