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등 3종 나와 마흔이 넘어 전재산을 발굴에 쏟아붓고/15개국 언어에 능통한 비결 등 흥미진진석달전, 언론사 외신부서를 흥분케 한 소식이 타전됐다. 터키 서북부 트로이에서 아우구스투스 로마황제의 대리석 흉상과 함께 성벽 해자 목책 등 고대도시 트로이의 모습을 밝혀주는 유적·유물이 다수 발굴됐다는 것이다.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1822∼1890)이 19세기말 최초로 기원전 3,000∼2,000년대 당시 트로이를 발굴한 지 100여년만의 성과이다. 발굴을 주도한 독일 튀빙겐대 만프레트 코르프만 교수 등 각국 고고학자들은 슐리만의 후예였다.
젊은 시절 이들을 들뜨게 했을,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슐리만에 관한 책 3종이 한꺼번에 나왔다.
우선 자서전 두 가지. 일빛에서 낸 「고대에 대한 열정―슐리만 자서전」(7,500원)과 넥서스에서 출간한 「트로이의 부활―전설을 역사로 바꾼 슐리만 자서전」(6,500원). 독일 소도시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트로이와 미케네 유적 발굴에 성공, 세계를 놀라게 한 극적인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러시아에서 장사로 떼돈을 번 뒤 어렸을 때 호머의 서사시에서 읽은 트로이전쟁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신념을 입증하기 위해 마흔이 넘은 나이에 전재산을 발굴에 쏟아부은 집념이 감동적이다. 외국어 15가지를 능통하게 구사하게 된 비결도 흥미롭다. 모험과 미지의 세계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특히 읽을 만하다.
「고대에 대한 열정」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김병모 교수 번역으로 유적발굴 현장 스케치와 관련 지도, 연보 등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트로이의 부활」은 전문번역가 박광순씨 번역으로 말미 해설편에 슐리만의 업적과 인간에 대해 간략히 정리한 것이 눈길을 끈다.
한편 「트로이―프리아모스의 보물」(에르베 뒤센 지음,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60, 6,000원)은 슐리만이 발굴한 트로이 유물·유적 사진과 스케치를 중심으로 그의 인생역정을 따라간다. 그림으로 보는 고대도시의 현장이 생생하다.
당시 슐리만이 찾아낸 보물, 금·은·청동제품, 도자기, 토기 등 고대유물 9,700여점은 대부분 독일로 넘어갔다가 2차대전 때 다시 소련군이 빼앗아갔다. 지난해 극히 일부 유물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독일측에 반환한 것을 계기로 러시아 독일 터키 그리스간에 국제적인 소유권 분쟁이 다시 일고 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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