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곤란” 자회사 통폐합 유보·백지화/LG·동양 등 재벌들은 발빠르게 착수/내년이후 업계판도 대변화 몰고올듯리스 할부금융 신용카드 신기술금융 등을 통합한 여신전문금융업이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나 은행권의 여신전문금융 자회사 통·폐합작업은 극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벌그룹 계열 여신전문 금융기관들은 현재 통·폐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내년이후 업계판도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리스 할부금융 신용카드 신기술금융 등 여신전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은 당분간 이들 자회사의 통·폐합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여신전문금융기관은 한 금융기관에서 모든 여신업무를 취급하는 일종의 「여신백화점」으로 ▲금융의 칸막이를 제거함으로써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한 점포에서 고객이 필요한 여신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원스톱(One Stop)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들은 인력문제 등을 이유로 자회사의 통폐합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리스(산업리스)와 기술금융(한국기술금융) 자회사를 두고 있는 산업은행의 경우 통합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오규원 종합기획부장은 『리스의 시설대여업과 기술금융의 신기술사업금융업은 업무성격과 영업대상, 영업기법이 달라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기업문화가 서로 달라 합병시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기신용은행도 카드(장은카드) 할부금융(장은할부금융) 자회사를 통합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이형영 그룹지원실장은 『대형화와 전문화중 어느 것이 더 경쟁력 있는지는 두고 보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리스 할부금융 신기술금융 신용카드 등 통합대상 4개 분야에 모두 자회사를 둔 국민은행도 당분간 업계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자회사 통·폐합에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인력정리의 애로에 있다. 자회사 통합시 수반되는 인력감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간부는 『합법적 정리해고가 허용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자회사합병을 통한 여신전문금융기관 설립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모기업(은행) 퇴직인력 배출처 역할을 해왔던 자회사를 합칠 경우 퇴직임원·간부들이 갈 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도 자회사간 통폐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계열 여신전문금융기관들은 이미 합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LG그룹은 카드와 할부금융의 통합을 마무리짓고 재경원승인까지 취득했는데 금명간 리스도 사업범위에 추가, 내년 1월부터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동양그룹도 금명간 카드사와 할부금융사의 통합을 공식선언할 방침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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