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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만의 역사적 만남/블레어­신페인당수 회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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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만의 역사적 만남/블레어­신페인당수 회담 의미

입력
199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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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상엔 곳곳 암초「피묻은 손과의 악수」인가, 「평화를 위한 용기있는 결단」인가.

13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제리 아담스 신페인당 당수의 전격회동에 대해 언론들의 평가는 극단으로 엇갈렸다. 76년만에 처음인 영국 총리와 신페인당 지도자의 맞대면이 역사적인 사건이기는 하지만 과연 어떤 결과를 도출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회담에서 뚜렷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없다. 아담스 당수는 회담후 『블레어 총리에게 우리는 그가 북아일랜드를 통치하는 마지막 영국 총리가 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평화협상에 응하고는 있지만 「독립」과 「아일랜드공화국과의 통합」이라는 양 깃발을 여전히 놓지 않았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일부서는 아무런 소득없이 신페인당의 입지만 강화시켜 주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집권당시 아일랜드공화군(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을 아예 대화의 상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았던 보수당은 특히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전례를 들어 『섣부른 선택』이라고 비난했다. 95년 11월 북아일랜드 방문때 아담스 당수를 만나 평화외교 노력을 보여주었던 클린턴 대통령은 이듬해 2월 IRA가 휴전을 선언한 지 1년도 채 못돼 폭탄테러를 일으키는 바람에 곤경에 빠진 바 있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의 태도는 단호하다. 그는 「아담스와 악수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그를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했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두른 표현이지만 신페인당이 협상테이블을 떠나지 않는 한 우호적인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북아일랜드 8개 정파가 참여하는 평화협상을 간신히 성사시킨 블레어 총리로서는 어떻게든 신페인당을 대화의 장에 붙들어둘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블레어 정부는 북아일랜드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평화협상에서의 결론이 곧 해답이며, 투표를 통해 주민의 의사를 반드시 묻겠다는 원칙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5월 총선당시 공약으로 내건 「지역분권」이라는 큰 틀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신페인당처럼 분리독립 세력도 만만치 않지만, 북아일랜드 주민의 60%인 신교도들은 영국의 통치를 강력히 원하고 있어 블레어의 「모험」은 이래저래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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