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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과 기차/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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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과 기차/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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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중학교 3학년이던 30년전에 어머님이 타계하셨다. 지금 그의 딸은 고교생이다. 그는 당시와 요즘 상황이 정반대라며 힘이 든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변했으나 변화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부정적인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내 마음대로 돼야하고 조그만 손해도 용납하지 않는다.친구는 생전의 어머님이 『너희들이 서울에 유학하면 기차를 타고 서울구경을 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어머님의 기차 이야기는 친구에게 희망과 압박감을 동시에 주었으나 전자의 비중이 훨씬 컸다. 공부를 계속하려면 다른 모든 불편은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당신의 「집념」앞에 투정은 힘을 쓰지 못했다. 열심히 하면 지독한 깡촌에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앞섰기 때문이다. 달걀은 하나라도 모아 학비로 써야 했기에 그림의 떡이었다. 학비조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를 먹이는 일은 철저하게 친구의 몫이었다. 「너희들의 노력으로 학비를 만든다」는 사고를 심어주셨던 것이다. 그런 당신은 결국 기차를 타지 못하셨다. 자식에게 땀의 소중함과 공부의 필요성을 가르치시던 당신의 집념이 집안사정으로 불가능해졌다고 판단되자 스스로 숨을 거두셨다. 자식들의 이름을 한번씩 애절하게 부르신 것이 전부였다.

요즘 우리의 아이들은 꿈을 꿀 겨를이 없다고들 말한다. 교육정책이 그렇고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들을 숨막히게 한다. 부모들의 관심이 온통 성적이니 아이들에게 땀의 소중함을 가르치지 않는다. 공부만 잘하면 이를 물질로 보상해준다. 어디 그뿐인가. 어른 스스로가 부정을 서슴지 않는다. 집단행동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 선생과 짜고 시험지를 빼내 아이에게 주는 등 돈으로 성적을 사는 사태에 까지 이르렀다. 정치인들의 행태야 입에 올리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으로 부터 배울게 없는 사회의 앞날은 밝을 수가 없다.

곡식들이 고개를 숙이고 식물들은 자태를 한껏 뽐내며 스러져 가고 있다. 내년을 기약하는 것이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가을하늘을 올려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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