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예술의전당서 초청독창회/“한국서 첫 무대 설레고 긴장돼요”소프라노 서혜연(34). 11년 째 이탈리아 밀라노에 살면서 90년대 들어 유럽 오페라무대에서 「뜨고 있는」 한국인 성악가이다. 유럽 주요 도시와 극장이 앞다퉈 초청, 바쁜 일정 때문에 정작 국내 무대에는 한 번도 서지 못한 새 얼굴. 그가 21일 하오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독창회를 갖는다. 예술의전당 재외 유명연주자 초청시리즈로 한국일보사가 공동주최한다.
조국에서 첫 독창회를 앞둔 서씨는 설렘, 긴장, 기대를 느끼고 있다.
『무대를 참 즐기는 편이죠. 설 때마다 긴장은 하지만 관객을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약간의 스릴? 쾌감이랄까 그런 게 있어요』
부드러움과 강함, 무거움을 갖춘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다. 한국인 소프라노가 대부분 가벼운 연성 목소리인 데 비해 이례적이다. 오페라에서 맡는 역도 아이다, 투란도트, 나비부인, 토스카 같은 강렬하고 극적인 인물이다. 유럽 무대의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2월 투란도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라스칼라 오디션에서 지휘자 정명훈씨는 『보기 드문 풍부한 성량과 뛰어난 음악적 표현력을 지닌 연주자』라고 평가했다.
그의 이력은 기가 질릴만큼 화려하다. 예원학교,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모두 실기수석으로 졸업했다. 유학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국립베르디음악원 성악과, 예술가곡과는 만점 실기수석으로 마쳤다. 89년 쿠르트 바일의 현대오페라 「마하고니」로 이탈리아에 데뷔한 이래 오페라 말고도 200회가 넘는 연주회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현지 언론의 평은 「완벽」 「최상」 등 극찬 일색이다. 마담 버터플라이 국제콩쿠르 우승, 파도바 국제콩쿠르 3위에 이어 지난해 이탈리아음악협회가 주관한 「오페라 가수를 위한 성악예술 및 무대연기 코스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를 차지했다. 오페라 야외무대로 유명한 「아레나 디 베로나」에 100번 이상 섰던 테너 장 프랑코 체켈레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투란도트」에서 주인공으로 함께 공연했다. 경이로운 성공이다. 놀라움을 표시하자 『운이 좋았죠. 저를 가르쳐준 훌륭한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솔직 명랑하고 겸손하다. 프리마돈나의 혼자 잘난 척 하는 디바(여신) 기질을 찾기 힘들다. 밀라노에 소문난 요리솜씨, 현지 교민사회의 일을 돕는데 앞장서서 외무부 표창까지 받은 정열, 높고 커다란 웃음소리로 주변을 놀라게 하는 밝고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다.
첫 내한 무대의 프로그램은 장기인 「아이다」를 비롯해 베르디 초기작품인 「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들」,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카탈라니의 「라 발리」, 마스네의 「르 시드」 등 국내에선 듣기 힘든 오페라 아리아가 많다. 피아노 반주의 여느 독창회와 달리 코리안심포니가 관현악 반주를 맡는다. 지휘자는 미국 팜비치 오페라의 예술감독인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안톤 과다뇨.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만도 14년간 지휘했고 도밍고, 파바로티, 테발디, 카바예, 디미트로바, 코렐리, 밀른스 등 최정상의 성악가와 녹음해온 명장이다. 공연문의 (02)580―1234.<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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