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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인가 탈선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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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인가 탈선인가(사설)

입력
1997.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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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내신문제로 인한 특수목적고와 일반고, 예술고 학부모들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고입내신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등 4개 시의 고입전형이 올해부터 내신만으로 치러짐에 따라 내신의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일부 중학교에서는 학부모가 시험감독을 하고 시험부정을 저지른 학생에 대한 처벌문제로 학부모끼리 대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게 어디 학교의 모습인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도입한 내신제가 운영과정의 잘못으로 오히려 학교교육을 저해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내신제에 대한 불신은 1차적으로 학교에 책임이 있다. 성적의 산출·관리에 허점과 오류가 많고 성적조작 시험지유출같은 부정이 흔히 저질러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지난 해부터 3차례나 시험지를 빼내준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의 대처도 너무 안일해 부정이 다반사일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불신을 가중시켰다.

내신에 대한 불신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비교육적 현상을 바로잡으려면 성적산출이나 전산입력과정의 부정과 착오가 없도록 교육당국과 각 학교의 지도·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부정사례는 여전하며 성적처리과정의 본의 아닌 착오까지 많아 각 학교는 항의를 처리하고 입력자료를 수정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더 정교한 전산입력프로그램의 개발이 꼭 필요하다.

학부모들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거침없이 교권을 침해하고 자녀들에게 급우를 경쟁상대로만 인식하게 하는 행태를 고쳐야 한다. 고입전형에서의 탈락자가 그리 많지 않은데도 학부모들이 내신문제에 민감한 것은 인문계고교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이 전체의 70% 수준이기 때문이다. 적성과 성적에 따라 실업계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난다면 내신문제는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판단권고제를 실시키로 했는데 정확한 판정을 해주더라도 학부모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내 자식을 꼭 인문계로만 보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학부모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2학기 중간고사까지만 내신에 반영되므로 학생들이 중간고사이후 사실상 입시에서 해방된다는 점이다. 많은 조사결과가 입증하듯 고교에서의 탈선과 비행은 대부분 고입선발고사가 끝난 뒤 중3때의 탈선에서 싹이 튼다. 그런데 올해에는 그런 공백이 한 달 이상 늘어나게 됐다. 내신부정에 대한 예방과 문책같은 일은 학교와 교육당국에 맡기고 학부모들은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생활지도를 위해 관심과 열성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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