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헤이룽장(흑룡강)성에 갔다가 40대 초반의 동포 언론인과 조국 민족 한반도문제 등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시인이기도 한 이 언론인은 지금까지 수많은 시를 썼지만 「조국」이라는 제목의 시를 한편도 못썼다고 털어놓았다. 재중동포들의 조국관이 여전히 「이중의 정체성」이라는 고뇌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재중동포사회에서 일고 있는 신촌운동을 소개했다. 신촌운동은 한마디로 민족지키기운동이라고 요약한 그는 붕괴돼가는 재중동포사회를 유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재중동포사회의 붕괴는 심각하다. 동북 3성에 살고 있던 200여만 재중동포의 3분의 1이 현재는 연해주로, 남방으로, 도시로 돈벌이를 떠나 마을이 비고 학교가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동북3성으로 이주해 농사를 짓기 전에 학교를 세우고 앞날에 대비했는데 폐허가 된 조선족 학교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지난 4월부터 뜻있는 재중동포 젊은이 30여명이 모여 『우리땅은 우리가 지키자』며 좌담회도 갖고 단합대회도 했다. 이들은 재중동포와 고향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아파트를 건설해 집단거주를 하고 학교합하기운동을 전개키로 했으며 경제 교육 문화 역사분과로 분류, 각자 책임을 나눴다.
그리고 경제에만 치중한 한국과의 관계를 한국인의 정신과 기술배우기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종전엔 한국을 다녀온 사람이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근무하는 재중동포들이 「무조건 한국에 가야 잘 살 수 있다」는 환상을 가졌으나 최근엔 다시 「우리가 살 곳은 중국이구나」하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집을 대충 짓고 살던 사람들도 이제는 벽돌집을 짓는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헤이룽장신문 주말특집판에는 「…한국인들에게 드리는 직언」이 실려 있는데 ▲색을 삼가라 ▲중국의 법을 도외시말라 ▲재중동포를 현실적으로 이해하라는 등 우리에게 뼈아픈 말들이 소제목으로 뽑혀 있었다.<베이징>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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