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6·25의 은인을 찾아 한국땅을 밟는 미군노병들의 얘기를 들으면 한국전은 너무 많은 풀리지 않은 문제를 남긴채 역사에 파묻혀 버리려 한다는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1950년 6월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은 53년 7월 휴전협정으로 총성은 일단 멎었으나 남북간의 휴전긴장이 계속돼 오면서 사실상 아무런 종전처리도 하지 못했다. 에버리트 앤드루(76) 예비역미육군중령 얘기도 잘못했으면 파묻히고 말았을 전쟁얘기였다. ◆앤드루씨는 6·25당시 한국군포병부대 고문관으로 강원도 원주전선에서 싸우다 중공군에게 쫓겨 낙오자가 됐다. 산속에서 2일간 숨어 지내면서 발에 동상이 걸리자 죽을 각오를 하고 산 아래의 원덕기씨 집으로 뛰어들었었다. 다행히 원씨는 그를 집 천장에 11일간이나 숨겨줘 살아나게 됐다. ◆앤드루씨는 반격하는 미군에 인도, 후송돼 원씨의 고마움을 미 국방부에 보고해 원씨에게 「자유의 메달」을 발급하게 했으나 메달 주인을 찾아내지 못해 메달은 그동안 사장돼 있었다. 앤드루씨는 그 훈장을 들고 46년만인 지난 9월 한국에 와 수소문끝에 원씨집을 찾아냈다. 원씨는 수년전 작고했고 다행히 은신자에게 고구마를 날라주던 원씨의 며느리 고봉례(72)씨를 만나 훈장을 건네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 10일 한국전미군실종자 가족대표가 처음으로 북한에 들어갔다. 북한에 살아있다는 11명의 미군과 인터뷰를 하고 북한의 전쟁기록을 볼 수 있는지를 타진하기 위해서다. 남북한 전역에 흩어져 있는 미군들의 전쟁사만이라도 정리된다면 6·25전쟁사는 반쪽전쟁사를 조금은 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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