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컴퓨미 “우리는 프로다”/전문과정 1기 교육생 25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컴퓨미 “우리는 프로다”/전문과정 1기 교육생 25명

입력
1997.10.13 00:00
0 0

◎컴퓨터·정보통신 전시회서 제품설명은 물론 기기작동까지 해보이는 컴퓨터전문 도우미/신장 168㎝·전문대 이상 등 엄격한 기준거쳐 선발/6개월의 하드트레이닝 통해 미모와 전문지식을 갖춘 프로로 태어난다『「컴퓨미」를 아십니까. 컴퓨터 도우미인 우리는 더 이상 예쁜 얼굴과 늘씬한 몸매로 관람객의 시선이나 끄는 전시장의 장식물이 아닙니다』

컴퓨터·정보통신 분야의 각종 전시회에서 제품설명은 물론 기기작동이나 시장동향까지 설명하는 컴퓨터 전문 도우미인 컴퓨미들이 프로선언을 하고 나섰다.

주인공들은 한국도우미센터(원장 김명진)와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소장 유병배)가 공동으로 PC통신 및 인터넷 조작법, 워드프로세서 등 소프트웨어 사용법, 정보통신 업계 현황 등을 교육하는 컴퓨미 전문과정의 1차 관문을 통과한 제1기 교육생들. 이들은 앞으로 6개월간의 엄격한 교육을 거쳐 미모와 전문지식을 겸비한 국내 첫 컴퓨미들로 태어나게 된다.

컴퓨미는 판촉 활동이나 시상·의전 등을 돕는 기존 도우미와 달리 컴퓨터·정보통신 전시회만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고급 인력. 최근 국내에서 정보통신 관련 행사가 크게 늘어나면서 컴퓨미가 신종전문직종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원장은 『현재 국내에는 300여개의 에이전트에서 배출된 3,000∼4,000명의 도우미들이 활동중이지만 정보통신 전시회에서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엄격한 교육을 통해 양성된 컴퓨미들은 기존 도우미와 다른 전문 여성인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미들의 월수입은 경력 1년인 B급의 경우 150만∼200만원선. 판촉·안내·홍보 활동을 하는 일반 도우미보다 20∼30% 많다. 특히 후배 5∼10명과 팀을 이뤄 활동하는 경력 4∼6년의 중고참 컴퓨미들은 후배를 전시회 등에 소개하고 약 20%의 커미션도 받을 수 있어 최고 월 500만∼600만원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컴퓨미들의 자격요건은 보수가 높은 만큼 매우 까다롭다. 신장 168㎝ 이상에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 한다.

173㎝의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김소연(20·수원전문대 2년)씨는 『졸업을 앞두고 스튜어디스와 패션모델, 컴퓨미 등을 놓고 고민하다 평소 쌓아왔던 컴퓨터 지식과 타고난 신체조건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새벽 3∼4시까지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게임광인 김양은 『아직 국내서는 컴퓨미를 「짧은 치마를 입고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는 전시회의 감초」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며 『앞으로 컴퓨터 전시회에서 전문직 여성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직 스튜어디스인 김선민(23)씨는 『컴퓨미가 기존 도우미와 달리 지적인 요소가 매우 강한데 끌려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지원했다』며 『힘들게 입문한 만큼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컴퓨미로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엄격한 기준을 거쳐 선발된 컴퓨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 6개월간 진행되는 교육과정은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조작법을 익히는 초급과정 ▲국내외 멀티미디어 산업과 업체 현황에 대해 이해를 쌓는 중급과정 ▲정보통신 분야 가운데서 자신의 전공을 정하는 고급과정 등으로 나뉜다. 제1기 교육생 25명은 필기·실기시험을 거쳐 중급과정에 들어간다.

식품회사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지원한 김혜영(23)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 홈페이지 정도는 제작할 수 있지만 솔직히 컴퓨미과정을 제대로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로의식에 대한 정신훈련도 이들이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 하루 8∼10시간동안 꼬박 서서 반복되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짜증을 참고 항상 미소짓는 자제력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원장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컴퓨미들의 가장 큰 애로점은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뭇남성들의 그릇된 편견』이라며 『가끔 컴퓨터 전시회와 무관한 자리에 컴퓨미들을 합석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컴퓨미의 장점도 많다. 우선 외모보다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27세가 환갑인 기존의 도우미보다 생명력이 길다. 또 컴퓨미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지식들은 전직할 때 훌륭한 밑천이 되기도 한다.

최근 정보통신 기업들이 애프터서비스(AS)나 고객교육 지원 등을 전문기관에 맡기는 경향이 늘면서 컴퓨미들의 활동 분야가 넓어지는 것도 이들의 주가상승 요인이다.

2학년을 마치고 지원한 김재경(20·창원대 무용학과)씨는 『고향인 경남 사천에서 과감하게 상경, 컴퓨미가 된 것은 이 직업이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평생 직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며 『가능하면 결혼한 뒤에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도우미센터는 11월께 컴퓨미 교육을 통해 축적된 전문정보와 인력 데이터베이스 등을 토대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 국내 회원사에 무료 제공할 계획이다. 또 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추천하는 유망 벤처기업에는 컴퓨미들을 실비로 파견, 행사 진행을 도와줄 계획이다.<홍덕기 기자 hongdk@korealink.co.kr>

◎첫 현장실습 24시

○쏟아지는 질문… 등에 식은땀

9일 상오 9시30분. 제1회 소프트웨어신기술 개발상품전 및 벤처투자포럼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동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 전시장 부속 사무실. 동기생 2명과 함께 현장 실습기회를 잡은 컴퓨미 이은정(25·한양대 국문과 졸)씨는 참가 업체들의 자료를 검토하느라 새벽녘까지 잠을 설친 피곤함도 잊은채 서둘러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치마길이는 무릎에서 15㎝나 올라간 초미니급. 걸을 때 아슬 아슬한 느낌이 들어 조금 당혹스럽지만 『나는 프로다』라는 다부진 마음으로 전시실로 향했다.

상오 10시. 행사 시작과 함께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에게서 『인터넷 빌링(과금)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 『멀티미디어 저작도구는 어디에 활용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겨우끝 “그러나 교육이 남아있다”

하오 6시께 상품전이 끝나자 이씨의 입안에서는 단내가 배어 나왔다.

그러나 30분간 휴식을 취하고 겨우 정신을 차린 이씨는 교육실에서 열리는 컴퓨미 양성교육을 받아야 한다. 오늘의 과목은 「정보사회와 여성」과 「인터넷 검색」. 3시간 동안 교육받은 이씨는 온몸이 물에 젖은 솜과 같다고 느꼈다.

○피로속 만족 “내일은 더 잘해야지”

교육장 정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시간은 밤 11시30분. 파김치가 된 이씨는 피로감속에서도 맡겨진 일과를 제대로 해냈다는 뿌듯한 만족감이 들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당당한 프로가 돼야지』 이씨는 벅찬 기대감을 가지고 하루를 마감했다.<홍덕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