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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크리스텐슨 주한 미 대리대사(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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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크리스텐슨 주한 미 대리대사(한국인터뷰)

입력
1997.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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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차 갈등 냉정한 협상 필요”/한국 시장상황 비정상적 슈퍼301조 발동은 보복아닌 긴 협상의 시작/쇠고기 안전 적극협력 연말대선엔 엄정중립 4자회담 집착않을 것대통령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미국정부의 관심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최근 한국 대선후보들의 워싱턴 방문시 고위관리들과의 면담수준을 국무차관보급으로 제한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와 함께 한미 자동차협상 결렬에 따른 미국의 슈퍼 301조 발동,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의 병원성 대장균 발견 등으로 한미관계가 다소 껄끄럽다. 리처드 크리스텐슨 주한 미국대리대사를 10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미국측의 입장을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대담=이상석 국제부장

―미 행정부가 한국의 대통령후보들이 워싱턴을 방문할 경우 면담 수준을 국무차관보로 제한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인가요. 아니면 미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대선 후보들은 모두 (미국에게) 중요한 방문객이 될겁니다. 미국으로서는 이 분들의 워싱턴 방문을 환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정부가 특정후보를 선택했다는 인상은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만일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여러분들이 먼저 보도하지 않겠습니까(웃음). 백악관의 일정상 5∼6명의 후보들을 모두 만날 수도 없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후보들을 동등하게 예우할 것입니다.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면 미국은 서방예의지국이니까요』

―이번 한국대선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는 한국의 대선을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두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이번 선거가 한국 역사상 가장 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고, 또 하나는 선거에서 언론의 역할이 괄목할만하게 신장됐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대중유세를 통해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장광설이 많이 등장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언론이 후보자들과의 심층적인 토론회 기회를 만들어 국민에게 후보의 됨됨이나 정강정책 등을 소상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유권자가 후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셈이지요』

―한국의 선거운동이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거전의 혼탁문제는 한국민이 판단할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존중하기 때문에 선거에 관여하려 하지도 않고 특정한 사안에 대해 별다른 견해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민주사회의 선거운동은 때때로 과열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산 쇠고기에서 병원성 대장균 O―157:H7이 발견되고나서 미제 수입식품 전반에 대한 한국소비자의 불신감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먼저 한국의 식품검역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검역기준을 자랑합니다. 최근 미국측 전문가들이 한국에 와서 이를 확인하고 돌아갔습니다. 또 한국측 전문가들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검역절차 강화문제를 협의할 예정입니다. 이렇듯 안전한 쇠고기를 공급하는 문제는 한미 양국 공동의 과제이자 우리 모두의 목적입니다.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결코 이중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 쇠고기 파동때 배운 사실인데 병원성 세균을 퇴치하는 문제는 한미 양국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관심사라는 사실입니다. 한국언론은 이번에 O―157:H7 감염방지를 위한 안내기사를 게재하는 등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아무튼 미국은 안전한 쇠고기 공급을 위해 한국측과 적극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수입 쇠고기 파동에 이어 자동차시장 개방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 슈퍼 301조를 발동해 양국 관계를 한층 꼬이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경기침체나 대통령선거 등 국내의 분위기를 고려해서 301조 발동은 연기되거나 유보됐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자동차 문제의 핵심은 한국이 세계적인 개방추세에 걸맞게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개방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입니다. 국산 자동차가 99%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은 비정상적(unusual)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제차의 일정한 판매고를 보장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301조 발동은 마지못해 취해진 조치라는 걸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이것이 한국에 대한 보복이나 비우호적인 조치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301조 발동은 앞으로 최소 1년 동안 우리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상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양측이 우호에 바탕한 냉정한 협상으로 잘 풀어가리라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도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제경쟁에 노출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북한의 김정일이 당총서기직에 공식 취임하면서 권력의 정점으로 부상했습니다. 그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우리는 그가 김일성 사망이후 사실상 북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생전 변화의 과정을 시작했고 김정일이 같은 노선을 걸어온거죠. 우리는 김정일의 총서기 취임으로 북한이 기존의 건설적인 대외협력 정책을 지속하길 바랍니다』

―4자 예비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데 이를 재가동할 방도는 있습니까.

『먼저 우리는 4자 회담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4자 예비회담은 북한이 우리가 납득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중단됐습니다. 지금 우리는 인내심을 보이면서 문호를 개방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4자회담처럼 「위에서 아래로」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남북간 교역이나 경수로 공사, 남북 적십자를 통한 식량지원 등 「아래서 위로」의 과정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신뢰구축의 바탕이 마련되고 궁극적으로는 평화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요』

―가깝게는 301조 발동문제, 조금 멀게는 괌 KAL기 추락사고 등 한미 양국이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한국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적은 없으신가요.

『한국을 알고 지낸지 30년이 됐습니다만 저는 한국의 언론이 성숙돼가는 과정을 커다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88년 이전까지는 사설의 내용에도 다소 불명확한 점이 눈에 띄곤 했습니다만, 그 이후 언론자유가 확대됨과 동시에 지면이 늘어나면서 내용도 알차졌습니다. 괌에서 발생한 KAL기 참사 얘기를 하셨지만 사안 자체가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문제였는데 비교적 차분하고 깊이있게 잘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성급한 결론을 유보하고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칼럼을 읽은 기억이 인상 깊습니다. 또 최근 한국일보와 몇몇 신문들이 301조 발동문제를 다룬 사설에서 냉정하게 협상으로 풀어나가자는 사설을 실었는데 참으로 사려깊은 글이라고 느꼈습니다』<정리=이장훈 기자>

□약력

▲45년생 ▲67년 평화봉사단원으로 방한(목포서 영어교사) ▲73년 워싱턴대 석사(동아시아연구), 외교관 시험합격 ▲88년 주한 미 대사관 1등 서기관(군사안보 담당) ▲91년 주오키나와 총영사 ▲93년 국무부 한국과 부과장 ▲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수행 김일성 면담 ▲96년 주한 미 부대사 ▲부인 정화영(이대졸업)씨와의 사이에 딸 제니(버지니아 주립대 재학)와 아들 앤드루(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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