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발달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부설 어린이미술관이 실시하는 목요미술교실. 지난 2일 이 수업에 참여한 초등 4학년 40여명에게 주어진 과제는 「들꽃그리기」. 개성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처음 그린 그림은 원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도안적인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지도교사 오종숙(신구전문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아이들을 야외로 데리고 나가 직접 들꽃을 만지고 관찰하게 했다. 다시 그린 그림에는 꽃잎의 수, 뾰족뾰족한 잎, 줄기에 난 털까지 세밀하고 정확하게 옮겨졌을 뿐아니라 들판의 원근까지 담겨져 있었다.
같은 대상을 거듭 그리는 과정을 통해 나아지는 것은 그림만이 아니다. 대상에 대한 지식이 깊어지고 관찰력 공간지각력도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오교수는 『관찰을 통해 받아들인 새로운 정보가 기존의 정보와 갈등을 일으키고 이를 재조정하는 「반성적 사고」를 하면서 지능이 개발된다』고 설명한다.
그림을 정서적 활동으로만 파악, 아이의 심리나 욕구를 읽는데 주로 이용돼온 아동화가 최근 인지개발의 도구로 새로 평가되고 있다. 그림은 실기적인 요소뿐 아니라 사고를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만2살까지는 신체적 표상, 11세까지는 회화적 표상, 그 이후는 언어와 같은 상징적 표상이 인간의 주요한 표현수단이라고 할 만큼 어린이에게 미술이 갖는 의미는 크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특한 미술교육을 실시, 좋은 결과를 얻었던 이호철(경북 청도 덕산초등) 교사는 책 「살아있는 그림그리기」에서 『그림에서 잘 안 그려지는 부분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관찰을 많이 시켰더니 글쓰기 자연과목 등 다른 것까지 좋아졌다』고 경험담을 들려준다. 시장 공장 등 생활현장을 다녀온뒤 그림을 그리게 했더니 자신이 본 것을 기억하는 능력도 높아졌다.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는 「자세히 보고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저학년에게까지 이것을 강조할 수는 없다. 나무는 솜사탕처럼 그리고 엄마 뱃속에 든 아이를 투시적으로 그리는 등 자신이 알고 있거나 상상한 내용을 그리는 것이 저학년들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그림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의 생각을 확장시켜 주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 좋은 교육방법이다.
뇌와 그림과의 관계를 연구해온 조용진(서울교대 미술과) 교수는 『뇌의 발달단계에 따라 어린이들의 미술교육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의 그림은 대개 만 9∼10세를 전후로 개념적인 표현에서 사실적인 묘사로 바뀌는 데 이는 뇌의 발달단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뇌의 발달은 9, 10세까지는 언어적 능력을 주관하는 좌뇌의 발달이 앞서다가 이후에는 감각을 주관하는 우뇌로 발달이 옮겨간다. 시각보다 개념에 의존해 그림을 그리다가 시각적인 정보에 의해 그림을 그리게 되는 이 시기를 미술교육학자들은 「아동화의 위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물을 본대로 그리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미술에 흥미를 잃게 되기 쉽기 때문인데 특히 창의성만을 강조하는 그림교육을 받은 경우 어려움을 겪는다. 조교수는 『이 시기에는 상상해 그리기와같은 주관적 그림교육보다 사실적 묘사를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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