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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깨어 있어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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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깨어 있어야(사설)

입력
1997.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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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정국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수렁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다. 대선정국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전투구 양상의 여야대결을 보면서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상생공영의 길보다는 공멸의 길을 무책임하게 선택하는 정치권 전체에 다시 한번 국가와 역사 앞에서의 책임감을 원론적으로 주문하고 싶다.정치권 전반에 대한 냉소가 우리 사회의 지도층 전반에 대한 불신과 거부의 진원지이고 이것은 다시 우리 사회의 권위구조 전반의 궤멸로 이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통찰해야 한다. 이것은 한 자연인으로서의 대통령 후보는 물론 정치권 전체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것이다. 내가, 우리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국가 전체의 권위와 기강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맹목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인지, 그것이 국가지도자로서의 길인지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국민 모두가 숙고하고 엄정히 심판해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바의 대선정국은 전형적인 부정적 선거 캠페인(Negative Campaign)이라고 할 만하다. 각 후보의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과 국정비전, 그리고 구체적인 정책의 방향에 입각한 대국민 설득력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상대후보의 약점을 들춰내고 공격함으로써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전략하에서 움직이는 선거구도 속에서 유권자는 더 나은 후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덜 나쁜 후보를 고르는 터무니없는 선택을 강요당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부정적 선거 캠페인이 모두 나쁘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 이를 통해 제기된 이슈들 중 상당수는 국민들의 공정한 판단을 보장하기 위한 「알 권리」의 충족을 위해서도 반드시 공론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아들 병역문제도 그렇고 비자금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정적 선거 캠페인이 판치는 선거풍토하에서는 건전한 자질검증, 비전제시, 정책대결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부정적 캠페인의 폐해가 그 기여보다 지나치게 큰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현대적 의미의 부정적 캠페인은 다분히 대중매체의 발달 및 보급에 기생하는 것이다. 부정적 캠페인의 진정한 목적은 진실의 규명이 아니라 이미지의 창출 및 조작에 있다. 이러한 이미지의 조작 과정에서 관련된 행위주체들 간에 사회적 파장에 대한 책임의식과 그 소재는 점차 불명확하게 되고 유권자들은 수동적으로 조작된 이미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해결책은 세갈래에서 찾아져야 한다. 첫째, 이미지의 확산, 보급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언론매체들이 보다 더 열린 눈으로 진실을 찾아야 한다. 둘째, 이미지의 조작과정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 사실 여부의 규명은 물론이고, 이 과정에서 혹 무책임하게 이루어진 언동이 있다면 제도적, 윤리적으로 심판되어야 한다. 셋째, 국민 모두가 이러한 이미지 조작의 노력들에 대해서 깨어 있는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이미지가 모든 것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시대의 선택은 이미지를 넘어서서 진실을 보는 우리의 눈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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