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 윤영선 과장북 대외협력위 김성준·맹철호/일 경제연구소서 앞뒷줄 나란히 배치/식사·경제토론 함께하는 ‘가까운 사이’남북한 관리들이 한 사무실의 앞 뒷줄에서 나란히 근무하는 진풍경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은 재정경제원의 윤영선(38) 과장(서기관)과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김성준(40)·맹철호(31) 과장.
분단 이후 최초의 이 진풍경은 북한이 일본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한 나진·선봉 투자 유치 및 석유개발 설명회를 위해 9월16일 경제 관리 2명을 니가타(신석)현의 에리나(ERINA·환일본해 경제연구소)에 파견하면서 비롯됐다. 이미 지난 4월부터 에리나의 조사연구부 조선팀에 파견근무중이던 재경원의 윤과장과 북한의 김과장 등이 자연스레 한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윤과장은 『북한 관리들이 (나와 함께) 점심 식사도 같이 하고, 담배도 같이 피우며 굉장히 부드럽게 대했다』며 『요즘 들어서는 약간 꺼리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요 화제는 역시 시장경제라는 얘기다. 그는 김과장 등이 북한경제개혁 개방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시장경제를 배우고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자주 강조했다고 전했다. 윤과장도 우리 경제사정을 주로 설명했다. 윤과장은 대외총괄과 출신으로 경제협력 분야에는 전문가여서 서로 말이 통했다. 특히 북한 관리들은 일본과 미국 기업 연수를 통한 인재양성 등 구체적 시장경제 도입 방안까지 소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김정일의 최고직책 승계 등 정치현안은 입에 올리기를 삼가하고 있다.
남북한의 세 엘리트 과장이 실제 함께 어울린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북한 관리들이 설명회를 위해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고 사무실에서도 주로 조총련쪽 등과 연락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두 북한관리는 9월20일까지 니가타와 인근 도야마(부산) 등에서 설명회를 마쳤고 1일 오사카(대판), 3일 나고야(명고옥), 5∼8일 도쿄(동경) 설명회도 가졌다. 이들의 활동비는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가 부담하고 있다.
에리나는 반관반민 기구로 지난해에도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장 김정우의 나진·선봉투자 일본 설명회를 주선하는 등 북한경제 연구에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리들은 16일 귀국, 남북 관리들의 공동근무는 한달만에 끝날 예정이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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