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있지만 재정지원·안보혜택 향유북미와 남미를 가르는 카리브해에서는 아직 「제국주의」가 청산되지 않았다. 미국 마이애미 남부해안에서 남미 베네수엘라 북부해안에 걸친 수많은 작은 섬들은 지금도 영국과 네덜란드, 프랑스와 미국의 「식민지」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 작은 「식민지」들은 식민지로서 「종주국」과 크고 작은 갈등을 야기하면서도 흥미롭게도 대부분 독립을 적극 추구하지는 않는다. 「종주국」으로부터 제공되는 각종 혜택이 「홀로서기」에 따른 위험보다 좋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 지역에 5개의 「속령」을 거느리고 있다. 「속령」이라는 지칭에서 느껴지듯, 영국은 이들에 대해 가장 제국주의적 냄새가 짙은 통치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속령」의 시민들은 본토 영국시민과 동등한 시민권을 향유할 수 없으며,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제한당하고 있다. 지역별로 자체 의회와 관리를 선출하지만, 영국정부가 지명한 총독이 이 모든 시스템을 통치해 터크스·카이코스군도 및 몬트세라트 등에서는 선출직 선임장관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95년 3대 1로 현상태를 지지했던 버뮤다 주민투표에서 볼 수 있듯, 5개 식민지들은 아직 영국으로부터 제공되는 재정지원 및 안보혜택을 독립보다 선호하고 있다. 다만 올바른 처우를 바라는 현지인의 요구만은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과달루프 등 이 지역 5개 「식민지」를 자치령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본국 시민과 똑같은 여권을 소지하고, 동일한 시민권을 누린다. 오히려 본토보다 정부 재정지출 비율은 40%가량 높다. 본국 정부가 파견한 지사가 총괄하지만, 자치행정부 등 자치령을 구성하는 4개 행정시스템이 구성·운영되며, 지사와 자치행정부 관할 행정영역이 뚜렷이 구분되고 있다. 하지만 표면적인 동등대우에도 불구하고 본토와의 거리와 실제적 차이에서 비롯된 경제상황 등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카리브 자치령 주민 4분의 1이 실업자이며, 96년 11월 기아나에서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폭동까지 일어났다.
96년 자치지역인 아루바 독립합의로 주목을 끌었던 네덜란드령 자치지역들은 본국 정부의 적극적 타협으로 독립보다는 현상태에서 협력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아루바 인근의 네덜란드 안틸레스군도에서 93년에 실시된 주민투표에서는 압도적으로 현상태 지지표가 많았다. 네덜란드왕국은 자치지역의 국방과 외교를, 자치행정부는 내치를 전담한다. 하지만 영어와 프랑스어를 쓰는 자치지역간 언어차이로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는 관련법이 의회에서 통과할 경우 98년 미국의 53번째 주편입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언어문제를 들어 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미국내의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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