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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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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상에는 전과가 있다. 월남전 말기인 73년 키신저와 월맹의 레 둑 토를 공동수상자로 결정한 것이 그 대표적 예다. 평화협정은 곧 휴지가 됐고 그 2년 뒤 베트남은 공산 월맹정권에 의해 무력통일됐다. ◆이처럼 이 상은 상 자체가 갖는 정치성이나 비현실성 때문에 선정 때마다 관련국과 갈등을 빚고, 때로는 거꾸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방해하는 모순을 초래하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상단체인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부터가 석연치 않다. ◆냉전 종식후 보스니아 콩고 앙골라 체첸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내전에서 대량의 난민이 발생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의 난민구호활동이 분주해졌다. 기자들도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이 전선 없는 내전지역들은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지뢰밭이었다. 난민구호요원과 기자들의 희생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각국 신문과 TV에 지뢰로 손발이 잘려 나간 무수한 장애 아동의 참상이 전해지면서 ICBL에는 뜨거운 지지가 몰려들었다. 얼마전 오슬로에서 합의된 「예외 없는」 지뢰금지협정 이면에는, 그 빛나는 인도주의에서 빗나간, 이같은 당사자 편향의 시각이 개재돼 있다. 운동에 동참했던 다이애나의 죽음도 촉매제였다. ◆스웨덴이 뽑는 다른 노벨상과 달리,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가 선정한다. 스웨덴태생의 노벨이 이웃과의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으로 그렇게 하도록 유언한 덕분이다. 지뢰회의를 유치하는 등 국가 이미지 높이기에 열심인 노르웨이정부가 ICBL을 뽑도록 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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