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영향·국민여론 살펴 신중을”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은닉 주장에 관한 신한국당내 기류의 대세는 강경론이다. 그러나 좀더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치경력이 오래된 중진들일수록 『DJ에 대한 강공은 필요하지만 좀더 정교하고 치밀한 각본에 의해 추진돼야 할 일』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일부는 『이번 파문으로 인한 이회창 후보의 득실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실리론」을 전개하기도 한다.
이한동 대표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경제가 어려운 만큼 우리가 경제상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장을 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이에앞서 지난 7일 1차 발표때도 『앞으로 추가폭로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당직자들에게 밝혔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김윤환 고문도 최근 기자들에게 『DJ비자금 주장으로 DJP연합을 유보시키는 등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세계화시대에 우리도 경제를 생각해야하고 대선자금문제는 야당의 역공소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덕룡 의원 역시 『수위가 적정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심스런 의견은 당직자들 중에서도 나오고 있다. 『1, 2차 비자금 폭로를 결정하던 당직자회의 석상에서도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공작정치, 저질폭로정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우려가 있다」 「강삼재 사무총장이 다시 검찰에 고발당하는 등 사법적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당에 돈이 없는데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게 아니냐」는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게 한 고위당직자의 전언이다.
기업인출신 의원들은 곤혹스런 표정 일색이다. 이상득 국회재경위원장은 『집권여당이 국가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재선의원은 『지구당 당원들 중에도 여당이 앞장서서 폭로정국을 조성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적절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출신의 한 초선의원은 『정치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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