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삭제 요구… 인종차별론까지 비화미국의 유명한 사전속에 등장하는 단어 하나가 인종문제와 관련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50년 전통의 메리엄 웹스터 사전 97년판에 들어있는 「니거(nigger·깜둥이)」라는 단어가 문제의 발단이다.
이 단어에 대해 이 사전은 「1. 흑인,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봄 한 흑인여성이 이를 보고 발끈해 삭제운동을 벌이자 수천명의 흑인들이 이에 동참했다. 이들은 니거라는 단어가 흑인과 동의어로 취급된데다 이 단어의 경멸적 성격이 부수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출판사측은 『모욕적인 말을 사전에서 지운다고 그 말의 존재를 없앨 수 있겠는가』라며 반박했다. 출판사측은 또 『사람들은 이 말을 사전에서 배우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없앤다고 해서 그들이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흑인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출판사측은 최근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 사전 최신판은 『이 단어는 마크 트웨인, 조지프 콘래드, 찰스 디킨스같은 작가들이 사용했지만 현재는 가장 모욕적이고 선동적인 인종차별적 비어임』이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출판사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단어가 인종차별적 비어로 사용되는 것을 혐오한다』면서 『그러나 이 단어도 언어의 한 부분이며 그것을 적는 것은 사전제작자로서 의무』라고 밝혔다.<워싱턴=정광철 특파원>워싱턴=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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