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앞에 고발”/신한국내서도 “갈데까지 가나” 긴장감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10개 기업 비자금 수수내역을 폭로한 10일 신한국당의 분위기는 지난 7일의 1차 폭로 때와는 사뭇 달랐다.
1차 폭로 때만 해도 다소 들뜬 상태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신한국당 당직자들은 이날 전반적으로 신중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까지 포함된 비자금 수수내역 공개가 정계와 재계는 물론 사회전체에 미칠 충격파를 우려한 데다, 『정말 갈데까지 가는구나』란 새삼스런 긴장감이 당 전체를 감싼 탓이었다.
발표를 맡은 이사철 대변인의 인사말부터가 평소와 달리 조심스러웠다. 그는 『발표시기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고, 여러차례 당직자회의에서 다양한 견해가 제기됐다』면서 『그러나 이런 몰골로는 새 시대를 열 수 없다는 생각에 김총재를 국민과 역사 앞에 고발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이것은 단순한 정치공세가 아니다』면서 『3김 정치를 완전하게 청산한 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자는 신한국당의 충정어린 호소』라고 주장했다.
강삼재 사무총장이 이날 아침 당직자 회의 전 기자간담회에서 『김총재가 처남 명의로 37억여원의 비자금을 입금했다』면서 은행계좌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2차 폭로는 다른 날로 미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당직자 회의가 1시간30분 이상 계속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강총장은 회의 뒤 『일부재벌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국민의혹 해소와 진실규명 차원에서 공개가 불가피하다』고 말함으로써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한 당직자는 『회의에서 적잖은 진통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끼칠 악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재벌기업의 명단을 발표한 것은 여기서 물러설 경우 살아남을 길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판깨자는 광란”/국민회의 “추악폭로극 국민심판” 격분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측이 김대중 총재에게 정치자금을 주었다는 10개 기업체 명단을 발표하는 등 폭로전의 강도를 강화하고 나서자 이를 「정치판을 깨겠다는 광란적 행동」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김총재는 자신의 결백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등 여론압박을 통한 대여공격의 의지를 천명했고 주요 당직자들도 전면전에 대비해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모습이었다.
김총재는 이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한국당은 갈 데까지 갔다. 끝까지 갔다』면서 『신한국당의 안하무인격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국민뿐이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특히 『거명된 기업체중에는 처음 들어 보는 기업도 있다. 우리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이 전혀 없다』며 신한국당의 주장을 「완벽하게 조작된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김총재는 이어 『야당하면서 경제인과 친지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어떤 경우든 대가있는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총재는 또 『우리는 어려운 현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야당을 도와준 인사들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기업인과 친지들을 끝까지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신한국당의 잇따른 폭로를 「나라를 망치려는 정치적 불장난」 「권력유지에만 혈안이 된 수구세력의 마지막 준동」 등으로 비난한 뒤 『공작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신한국당의 추악한 폭로극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분노와 심판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등 주요 당직자들은 이날 밤 시내 모처에서 구수회의를 가졌으나 가능한 한 맞대응은 자제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장현규 기자>장현규>
◎자민련 “충격내용 아니다”/JP 별 반응없이 여전히 관망
자민련은 10일 신한국당의 추가폭로에 대해 『그다지 충격적인 내용은 아니다』며 여전히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김종필 총재는 신한국당의 추가폭로를 보고 받은뒤 첫 폭로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 자민련 관계자들은 『92년에 재벌기업들이 당시 김대중 후보에게 그 정도의 돈을 줬다면 김영삼 후보에게는 과연 얼마나 많이 주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창희 사무총장은 『그 정도 액수라면 대선을 앞둔 정당으로서 통상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이해된다』며 『여당의 무분별한 폭로전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규양 부대변인은 『신한국당은 김영삼 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과 이회창 총재의 경선자금부터 밝혀야 한다』고 논평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민주당 “이참에 다 밝혀야”/“더이상 정략이용 그만” 양비론
민주당은 신한국당의 잇단 폭로전에 대해 『더 이상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모든 진실과 사건의 전모를 한꺼번에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민주당은 또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운 조순 총재의 청렴성을 내세워 새로운 정치구현에 진력한다는 이미지 차별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강창성 총재권한대행은 『신한국당은 추잡한 폭로전 행진을 그만두고 자료가 있다면 검찰로 넘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삼재 사무총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대중 총재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항복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다시 한번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이인제측 “3김청산 기회”/“진실 밝히되 기업의욕 안꺾게”
이인제 전 경기지사측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양측에 대해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3김정치 청산의 기회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 전지사측은 『기업의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국민회의측의 비자금 보유여부와 신한국당의 자료입수 경위에 대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황소웅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존정당들은 허물어지는 국가경제와 민생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싸움만 일삼고 있다』며 『새정치 질서의 창조는 역사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지사측 관계자들은 비자금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업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3김시대 청산과 세대교체로 과거의 병폐들은 눈녹듯이 사라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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