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BOA 지원으로… 강도 높은 자구 추진쌍방울그룹이 최종부도위기에서 벗어났다.
쌍방울그룹 주력사인 (주)쌍방울은 10일 미국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서울지점이 전날 교환에 회부한 90억2,000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위기에 몰렸으나 BOA측이 막판에 대출을 일으켜 대신 결제해줬다. 은행감독원은 『BOA 서울지점이 부도에 따른 각종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 어음교환액수 만큼 신규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어음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쌍방울은 당분간 정상영업이 가능하게 됐으며 자구노력을 통한 정상화의 기회를 다시 한번 갖게 됐다.
BOA 서울지점이 교환에 돌렸던 어음은 쌍방울 미국 현지법인인 「쌍방울 인터네셔날」과 「쌍방울 USA」가 BOA LA지점으로부터 각각 받은 200만달러, 800만달러의 대출에 대해 모기업인 (주)쌍방울이 지급보증을 서면서 담보조로 BOA 한국지점에 맡겨놓은 「백지견질어음」이다.
이 대출금의 만기는 ▲쌍방울 USA(200만달러)가 내달 19일 ▲쌍방울 인터네셔날(800만달러)은 내년 1월로 되어있으나 BOA 본점측은 쌍방울개발이 1일 1차 부도를 내자 조기상환을 청구했다. BOA와 쌍방울 현지법인간 대출약정엔 회사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라도 채무상환을 요청할 수 있도록 명기되어 있다.
이번 쌍방울 부도위기는 해외채무로 인해 기업이 쓰러질 뻔한 최초의 사건으로 향후 해외채무상환압박이 기업도산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한 은행간부는 『국내 채권금융기관이 아무리 여신회수를 자제한다해도 외국 금융기관까지 납득시키기는 어렵다』며 『해외현지법인과 지급보증관계로 얽혀있는 국내기업들로선 앞으로 해외채무상환 문제가 커다란 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기준 51위의 중견그룹인 쌍방울은 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를 위해 종금사로부터 단기자금을 차입하면서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유니버스아드대회 개최지인 무주리조트 조성과정에서 쌍방울은 당시 레저업이 여신금지업종에 묶여있던 바람에 은행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데다 정부의 국고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금융비용부담이 증가하게 됐다. 특히 기아사태이후 각종 「루머」에 휩쓸리면서 종금사들의 무차별적인 집중여신 회수공세에 시달려왔다.
쌍방울은 그러나 지난해 레저사업부분에서 304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주력사업인 섬유사업분야에선 245억원의 흑자를 내기도 했다. 따라서 금융권의 여신회수만 유예된다면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는게 회사측 판단이다.
쌍방울측은 『제2금융권 여신비중이 많은 것은 국가적 행사인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외부도움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이미 종금사들이 최장 6개월동안 여신회수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쌍방울은 이달초 이리골프장과 쌍방울레이더스 프로야구단 등 계열사를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한 4,200억원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쌍방울그룹은 최종부도위기를 벗어남에 따라 11일 사장단 회의를 개최, 보다 강도높은 추가자구계획을 마련키로 했다.<이성철·김준형 기자>이성철·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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