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불황에도 온정 밀물 “뜨거운 감동”/KAL참사유족도 동참 “눈시울”/이대 사회학과 동창회 첫 물꼬/지방서 해외서 작은 정성 답지/ARS접속 7,500여회… 2억여원 모금한국일보사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상임대표 윤정옥)가 9월1일부터 10월10일까지 40일동안 전개한 「군대위안부 보상을 위한 국민모금운동」은 진한 민족애를 확인시켜준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모금운동은 어려운 경제현실을 감안, 소란스럽지 않게 진행됐지만 군대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도우려는 손길 마다에는 민족 자존심을 세우려는 의지가 배어 있었다.
모금의 물꼬는 이화여대 사회학과 1회 동창회가 텄다. 명의는 「동창회」인데 정작 동창회는 성금을 내지 않았다. 동창회원 가운데 1명 또는 여러 명이 자신의 이름 대신 동창회 명의로 성금을 기탁한 것이다. 박선임(58) 동창회장은 『동창회 기금에서 성금이 지출되지 않았다』며 『회원중 1명 또는 몇몇이 이름 대신 동창회명의를 쓴 것 같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친목 단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각종 사회운동을 주도해온 종교계, 시민·사회단체로 조용히 확산됐다. 신반포교회, 여성한국사회연구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환경운동연합, 대한YMCA연합회,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재정난속에서도 모금운동 취지에 공감, 적극 동참해왔다.
전교조측은 『어려운 때 일수록 서로 도와야 한다』며 『교육 차원에서라도 모금운동이 군대위안부의 역사적 진실을 다음 세대에 가르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괌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희생자 가족이 보낸 성금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모금운동초기 정대협 사무실에는 추락사고로 딸을 잃은 유족의 전화가 걸려왔다. 『장례비에서 남은 5백만원을 국민성금으로 기탁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유족에게 정대협측이 선행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그는 『고인을 위해 좋은 일에 쓰고 싶을 뿐, 소란을 떨고 싶지않다』며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다.
훈(이남이) 할머니의 진실을 캐는데 한국일보와 함께 앞장선 MBC 「PD수첩」의 이용석 PD도 『훈할머니 사례를 계기로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혔으면 한다』며 자체 모금분을 정대협에 쾌척했다.
모금운동의 열기는 지방과 해외로까지 확산됐다. 경남 거창군청은 과별로 모금운동을 벌였고 허경만 전남지사와 도청 직원들도 자체 모금분을 전달해왔다.
액수는 적지만 박종수 하와이 예수그리스도 선교교회 목사와 신도들이 교회 차원에서 「예수님 사랑으로 위안부 돕기 둘둘둘운동」을 전개, 2백22달러를 모아 보내왔다.
순수하게 익명 처리된 한국통신 전화정보서비스(ARS)를 통한 기탁도 이어져 3천원 단위 전화는 모두 5천8백여회, 1만원 단위는 1천7백여회이상 접속됐다.
윤정옥 정대협 대표는 『이번 모금으로 2억2천만원이 넘는 돈이 모아졌다』며 『비록 국내 군대위안부 피해자 전원에 대한 보상금 60억원에는 못미치지만 군대위안부 문제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고마워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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