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직무관련 있어야” 원칙론/대선자금 수사땐 형평성 우려/여론 향배·14일 대검 국감이 고비될듯신한국당이 10일 92년 대선 전후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에게 거액을 준 재벌기업의 명단을 공개한 뒤에도 검찰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박순용 대검중수부장은 『당장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나온 내용은 끝부분(돈을 받은 쪽)만 언급됐지만, 이 자료는 시작부분(돈을 준 쪽)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중수부장은 이날도 일체의 여론이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있음을 누누이 강조했다. 다만 돈을 준 사람과 시점 등으로 보아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되거나, 돈을 받은 사람의 직무관련성이 있어 범죄혐의가 인정될때 비로소 수사가 가능하다는 「원칙론」만 반복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검찰은 신한국당이 주장하는 내용을 놓고 과연 사법처리가 가능한지 여부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신한국당이 김총재가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시점은 대선 직전인 92년 11월이전. 이 경우 우선 검찰 일각에서는 김총재가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뇌물액수가 5천만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아 공소시효는 10년이기 때문에 범죄사실이 인정될 경우 기소가능성이 있다. 사전수뢰죄는 김총재가 대선에서 낙선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
알선수재죄는 청탁의 대가성이 분명히 인정돼야 하고, 대가성이 인정되더라도 공소시효(5년)가 이미 지나 기소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수 있으나 판례가 없어 현재 조세포탈죄로 기소된 김현철씨의 13일 선고공판이 주목되고 있다. 조세포탈죄도 포탈세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이면 특가법 적용을 받아 공소시효가 10년이다.
신한국당 발표중 93년 5월 김총재의 차남 홍업씨가 (주)한창에서 5억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사실일 경우 김현철씨의 경우처럼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러나 대선자금을 사법처리할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의 대선자금을 수사하려면 여당의 대선자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4월 김현철씨를 기소하면서 김씨가 관리했던 「나사본」의 대선 잔여금 70억원을 문제삼지 않았는데 지금와서는 야당의 대선자금을 파헤치기 어려운 입장이다.
때문에 검찰은 여론이 한목소리로 수사를 촉구하지 않는 한 수사 불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선 14일로 예정된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수사여부를 결정하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이수휴 원장,여 자료 확인도 거부/“금융내역 사본만으론 은감원 조사 착수못해”
이수휴 은행감독원장은 10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자금설」에 대한 신한국당 폭로내용과 관련, 『금융내역에 관한 사본만으로는 은행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원장은 이날 국회 재경위의 국정감사에 출석, 금융자료 유출경위조사여부와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의 실명제위반 여부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은행감독상 필요에 의해 금융자료를 취득했다 하더라도 이를 외부에 제시할 수는 없다』며 신한국당이 제시한 자료의 사실여부 확인을 거부했다.
정지태 상업은행장은 강총장의 금융실명거래법 위반여부에 대해 『제시된 자료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금융실명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신한국당 강총장이 공개한 내용이 은행의 자료와 일치하는지 확인할 바도 없고 사실을 확인할 수도 없는 만큼 강총장이 실명제법을 위반, 금융정보를 누설한 것인지를 검토한바는 없다』고 덧붙였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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