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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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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의 미 대사관저에서는 월터 캐링턴 대사의 이임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군사독재자 아바차의 강권통치에 저항하는 반정부 지식인과 각국 인권운동가들이 주최한 모임이었다. ◆재임기간 나이지리아 민주화를 위해 애쓴 대사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연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티는 차츰 열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정문이 벌컥 열리면서 무장 보안군이 쏟아져 들어왔다. 파티장은 삽시간에 수라장으로 변했고 참석자들은 총살 위협 아래 구명도생해야 했다. ◆독립기념일인 지난 1일 TV에 나타난 아바차의 연설은 더 해괴했다. 캐링턴 대사가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것은 나이지리아정부로부터 입막음용 뇌물을 갈취해 내자는 비열한 속셈 때문이라는 엉뚱한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리비아, 북한과의 새로운 우호관계를 통해 국가이미지를 고양했다』고 자찬도 했다. ◆그 기세는 이틀이 못갔다. 3일 워싱턴 주재 나이지리아 대사는 미 국무부를 찾아 사건을 백배사죄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임을 맹세했다. 국무부는 서면사과문 제출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여론은 그것으로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전면금수법안 마련을 의회에 촉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1억이 넘는 데다 석유가 많아 지도자를 잘 만나면 금방 강국이 될 수 있는 나라다. 그러나 아바차는 간암을 앓으면서도 민선정부에 정권을 넘길 생각은 없다. 독재자의 탐욕이란 그런 것이다. 권력과 함께 무덤에 묻히는 것이 그들의 소망이다. 엊그제 김정일이 북한의 총비서에 올랐다. 주변국들은 지금 그가 걸을 길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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