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회동”… 배경·논의내용 관심신한국당 명예총재인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9일 하오 청와대에서 극비 회동을 하려다 취소했다. 회동 일정이 언론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지않은 시점에 김대통령과 이총재의 회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과 논의될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의 총재직 이양 이후 두번째인 이번 회동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청와대와 이총재측은 9일 『이날 하오에 일정이 잡혀 있었으나 취소했다』고 말했다. 자칫 신한국당의 비자금설 폭로에 김대통령도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측도 『오해를 초래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만간 회동이 이루어질 경우, 비자금 파문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게 당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당직자는 『비자금 문제외에 달리 현안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이총재가 김대통령에게 비자금설 폭로경위를 상세히 설명하고 김대통령의 이해를 구할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물론 『일절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청와대와 신한국당측의 언급이 사실이라는 전제아래 가능한 추론이다. 이 경우 이총재는 김대통령에게 경위설명을 하는 「예우」를 갖출 필요성을 느꼈을 법하다.
이 연장선상에서 두사람은 비자금설 파문의 여파로 조만간 다시 쟁점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대책을 깊숙이 논의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비자금설 폭로를 계기로 현 대선판세를 확실히 뒤집기 위한 두사람의 「역할분담」 등 선거전략도 논의될 것이라고 이총재측은 추측했다. 이런 관측에는 비자금 파문에 대한 김대통령과 이총재의 입장정리가 원만히 이뤄질 것이라는 다분히 낙관적 시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김대통령의 속마음이 그동안 청와대측이 보여온 「담담한」 태도와는 달리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 회동의 분위기가 상당히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한 고위당직자는 『지난 7일 청와대에 강삼재 사무총장의 폭로회견 내용이 전달된 것은 불과 회견 수시간전』이라며 『때문에 향후 김대통령의 반응에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자금설 폭로로 인한 여권내 혼란과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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