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다시 혼란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중소기업은 물론 알 만한 대기업까지 자금난의 몸살이 깊어지고 있다. 웬만한 기업들은 이제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마저 자금줄이 끊겨 금리가 월 2%에서 심지어는 3%에 이르는 고리의 사금융권을 기웃거리고 있다.주식시장은 정부의 증시부양책 발표설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55개월만에 최저인 609선까지 떨어져 빈사상태를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다시 환투기의 조짐이 일며 달러환율이 915원선에 육박하고 있다.
기아사태의 혼미가 장기화되면서 파이낸스사 등 제3금융권의 부도공포가 이제는 일부 종합금융사 등 제2금융권까지 밀려오고 있다. 이미 기아그룹의 1차협력사 가운데 30여개사가 부도를 냈고 관련 중소기업들도 도미노현상을 보일 전망이다.
경제가 이렇게 다시 파국의 위기로 치닫는 데는 기아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살얼음판을 걷는 상태에서 정치권의 비자금파문이 경제계를 강타한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비자금폭로로 관련기업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금융권은 물론 증시와 재계가 다시 얼어 붙고 있다. 경제로선 엎친 데 덮친 꼴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일부 연구기관에선 우리 경제가 이미 8∼9월께에 경기저점을 통과했으며 완만한 경기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간 성장률도 올해는 6.4%로 당초 5%선을 넘을 것으로 보고 내년에는 6.8%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난달부터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앞서면서 무역수지적자폭도 크게 개선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거시 지표상의 호전추세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와 체감경기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아사태가 여전히 폭발성을 지니고 있는데다 이에 연유해 금융시장이 기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안한 정국흐름이 가세되었음은 물론이다.
혼란상을 보이고 있는 경제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기아사태의 해결이 우선 과제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더 늦기전에 정부와 기아가 한발짝씩 물러서야 한다. 여기에 정치권도 냉정을 되찾아 비자금파문을 조기에 수습해 줄 것을 경제계는 바라고 있다. 정치권은 부도를 막기 위해, 취업의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기업인과 취업희망자들의 가쁜 숨결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검찰은 얼마전 경제살리기 위주의 수사방향을 천명했듯이 경제계는 검찰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비자금파문에 증시가 휘청거리는 것은 결국 검찰이 비자금계좌추적에 나설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경제상황을 염두에 두고 처신을 하겠다는 태도는 경제계로선 다행스런 일이다. 바닥경제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좀 더 광범하게 확산돼야 회복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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