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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대내외정책/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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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대내외정책/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특별기고)

입력
1997.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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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활용 체제유지 역점속 개방통한 위기탈출 모색/남한자본 유입기대 남북관계개선 신경쓸듯김일성 사망후 3년3개월의 긴 공백 끝에 후계자 김정일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로 취임하였다. 북한에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절대권력의 상징인 이른바 「수령」을 나타내는 명실상부한 직책이다. 따라서 그의 총비서 취임은 북한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임이 틀림 없다. 그러나 김정일이 그동안 실제 권력을 장악하고 북한사회를 통치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총비서 취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올바른 시각은 아니다.

우리는 그의 취임이 북한 위기를 돌파할만한 전환기적 여건이 조성되어서 치러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여전히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 있으며 식량난으로 전통적인 사회통제 기능마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북한위기를 극복할 만한 특별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승계 지연의 명분이었던 만 3년상의 종료와 최고직책의 장기 공백으로 인한 사회불안의 증대,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정상외교의 필요성 등에 직면해서 총비서 취임을 단행하였다. 따라서 그의 총비서 취임은 대내적으로 김일성 사후 지속되어온 과도기적 비상체제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의 총비서 취임은 또 그동안 불구화되었던 국가기능을 어느정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 그것은 정상외교를 가능케 해 북한외교의 수행능력을 증진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이 북한위기를 극복할만한 전기가 마련되어 총비서에 취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역으로 그가 자신의 취임을 그 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김정일은 자신의 취임을 계기로 위기탈출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김정일은 내부자원의 고갈과 사회주의권의 붕괴라는 가혹한 대내외적 환경속에서 총비서에 취임하였다. 현재 경제위기로 상징되는 내부자원의 고갈은 북한으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서 외부로부터 자원을 얻어야하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제시장의 부재를 의미하는 사회주의권의 붕괴는 북한이 살아남기 위해 손을 벌려야 하는 곳이 자본주의 국제시장이며 구서방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일정권의 경제·외교정책은 그들이 어떤 말로 표현하건간에 구조적으로 개방과 구서방과의 관계개선으로 틀지워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조건에 영향을 받으면서 김정일정권은 경제개방의 폭을 넓히고 생산관리방식에서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하며 관광특구의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보다 개방지향적인 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김정일정권은 북미·북일 수교 등 구서방과의 관계개선에도 상당한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남한에서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개선에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지난 8월에 최초의 통일 관련 저작을 발표하면서 그속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비교적 강하게 표명한 바 있다. 김정일정권이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는 북미·북일 관계의 개선과 남한 자본 유입의 필요성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남북관계를 냉각시키면서 북미·북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체험했다.

한편 김정일정권은 체제유지는 물론 서방으로부터 식량을 원조받고 자본과 기술을 얻어내는데 그들의 유일한 지렛대인 군을 계속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서방을 대표하는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관리권 밖에 있는 북한의 군사력이 동아시아의 기존 질서 유지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으며, 그 위협은 현단계에서 북한붕괴와 같은 급격한 체제 변동시에 크게 증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 정권은 그들의 군사력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활용할 것이다. 바로 이 과정에서 휴전선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사건들을 북한이 의도적으로 야기시킬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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