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파네스 이후 최고의 희극 작가”/문학계선 의외인물 “충격적 선택” 반응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리오 포(Dario Fo·71)는 「아리스토파네스 이후 최고의 희극작가」로 평가받는 극작가이다.
소설가·시인이 독점해오다시피 한 노벨문학상의 전통상 그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문학계에서 다리오 포는 사실상 의외의 인물. 외신들도 처음에는 스웨덴 한림원의 발표에 「충격적 선택」이라고까지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국내 연극계에서는 그의 작품이 세 편이나 공연됐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는 등 유럽·구미 등 세계 연극계에서 일찍부터 손꼽히는 극작가였다. 국내에서는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좌파 극작가라는 이유 때문에 상연이 사실상 불가능한 「금지 작가」에 속했다. 그러나 그의 「오픈 커플」이 83년 초연돼 화제를 모았고, 대표작 「안 내놔? 못 내놔!」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도 이를 전후해 공연됐다.
다리오 포는 극작가이자 연출가, 극장 경영자에다 자신이 무언극 배우를 겸하는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가 이탈리아 연극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53년부터 소규모 카바레와 극장에서 상연되는 레뷰(시사풍자극)를 발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사풍자극은 그의 특장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중산층이나 소외받는 계층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들이 권력에 희생돼 가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오픈 커플」은 혼돈스런 정치·경제 및 사회현실에 염증을 느낀 중산층 가정 부부의 성 문제와 탈선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등 그의 대부분의 다른 작품도 노동자나 중산층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포는 이탈리아 정부정복을 꾀하는 재건공산당의 지지자이다. 그는 올 5월 몸값을 노린 범인들에 의한 납치기도를 극적으로 모면하기도 했다. 또 74년 극좌파 조직에서 활동하던 부인 라메는 극우파에 의해 테러를 당하고 성폭행까지 당했다.
「오픈 커플」을 연출한 김광림(45·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씨는 『다리오 포는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나타나는 아주 보편적인 소재에서 기발한 유머감각을 이끌어 내는 비범한 재능을 지닌 작가』라고 평했다. 포는 여배우 프랑카 라메와 결혼, 59년 부부의 이름을 딴 극단을 설립했으며 68년에는 이탈리아 공산당과 연합해 또다른 연극단체인 누오바 스케나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의 희곡 「안 내놔? 못 내놔!」는 출판사 「문학동네」의 전신인 「포도원」에서 92년 발행됐다.
이탈리아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75년 시인 에우제니오 몬탈레 이후 22년만이며 이번 수상으로 이탈리아는 모두 6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가지게 됐다. 다리오 포는 수상 발표 당시 로마에서 밀라노로 가는 고속도로를 혼자 차로 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어안이 벙벙하다. 옆에서 다른 차를 몰고가던 사람이 내차를 급히 세우더니 「당신이 노벨상을 탔습니다」라며 수상소식을 알려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하종오 기자>하종오>
◎작품세계/좌파거쳐 80년이후 페미니즘에 관심
「코미디에 강력한 정치적 코멘트를 가장 유효 적절히 결부시킨 작가」.
캠브리지대학이 출간한 「캠브리지 연극 가이드」(Cambridge Guide To Theatre)에서는 상당한 지면을 할애, 그를 설명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세번에 걸쳐 변신하는데 그 방향은 좌파로 치닫는 것이었다.
57년 아내 프랑카 라메와 극단을 조직, 이탈리아 정통 소극을 원용한 거리극을 선보였다. 당시 중산층 관객을 상대로 대본이 없는 「즉흥극」을 많이 선보여 책으로 남아 있는 작품은 별로 없는 실정.
좌파학생 운동이 극에 달했던 68년, 그는 극단 「새로운 무대」(누보 스테나」)를 창립, 본격적인 정치극을 선보인다. 69년 「미스테로 부포」에서는 1인 주인공을 통해 이탈리아 내부의 폐악을 낱낱이 드러냄으로써 유럽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를 세계적 작가로 만든 것은 폭탄테러범으로 몰린 한 정신착란자의 입을 통해 무능한 정부와 썩어빠진 사회를 고발한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70년), 「안내놔? 못내놔!」(74년). 기득권을 갖게 된 아탈리아 공산당과 결별, 「코뮨」(라 코뮤네)이라는 새 연극집단을 만들어 더욱 극렬한 좌파운동을 벌였던 그는 이 두 작품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다.
80년 이후에는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여성을 다룬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초연된 「얼간이 악마」에서는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질투심많은 판사와 귀신들린 여인을 등장시켜 긴장을 고조시는 등 코미디 풍자극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노년의 작품 활동 역시 주목할만하다는 게 여석기(영문학자·연극평론가)씨의 평가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연보
▲1926년=스위스와의 국경지대인 이탈리아 롬바르디주 산 지아노에서 철도원인 아버지와 농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40년=밀라노의 브레라 아카데미에서 미술공부. 그후 기능대학 건축미술학교로 편입
▲45∼51년=무대미술과 무대장치에 몰두. 뮤지컬 배우의 길을 열어준 당시 이탈리아의 인기배우 프랑코 파렌티와 만남
▲52년=18주간 방송된 라디오 모놀로그 「불쌍한 난장이」 집필
▲53∼54년=프랑코 파렌티, 연출가 기스티노 듀라노와 공동작업으로 자극적인 사회풍자극을 무대에 올려 비평가들로부터 호평과 비난을 함께 받음
▲54년=자신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던 여배우 프랑카 라메와 결혼
▲59년=다리오 포-프랑카 라메 극단 창립
▲58∼68년=일반 상업극장에서 서민을 상대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을 직선적으로 풍자하는 작품을 공연해 인기를 누림
▲62년=국영방송인 RAI-TV의 인기프로 「Canzonis Ima」에 아내와 같이 집필해 연출, 출연했으나 정치풍자 부분의 검열저촉으로 RAI―TV와 결별
▲66년=이탈리아 민속문화와 민요를 기초로 한 작품 「Cinagione Canto」 연출, 노동자층에서 선발한 배우와 가수들로 성공
▲68∼70년=Nuova Scena 탈퇴, 자비로 운영하는 새 극단 창단
▲74년=파시스트 그룹에 의해 아내가 유괴되고 폭행당한 사건 발생
▲70∼74년=수차례 해외공연
▲77년=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
▲79∼80년=「History of Tiger and Other Stories」의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공연으로 전세계에 작품이 소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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