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김대중 이른바 양김씨가 야당을 지휘하던 5공화국시절, 정계 원로 한분은 이런 우스갯소리를 했다. 『우리 사회에서 현금동원능력을 순위로 매긴다면 재벌그룹을 빼고는 아마도 양김씨가 제일 앞설 것』이라고. 양김씨의 자금동원능력은 그만큼 탁월했다는 것이다. 특히 군사정부와 대결하는 상황에서도 이들 야당 지도자들은 「거사」를 위한 자금동원능력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한다. ◆서슬퍼런 5공 신군부에 맞서 민추협을 만들 때나, 또 제도권밖의 야권세력이 제도권진입을 시도한 소위 2·12총선 돌풍 때도 불과 1개월여 사이에 정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총선을 통해 강력한 제1야당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필요한 기본경비가 차질없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소위 야당성 시비를 낳았던 「이민우파동」당시에도 불과 며칠 사이에 추종의원들을 이끌고 새 정당을 만들었다. 상당한 창당자금이 소요됐음은 불문가지다. 그래도 양김씨는 이를 해냈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정치인이 비자금을 조성·관리하는 것이 거의 상식적인 일로 양해되어 왔다. 예컨대 중진의원이나 작은 계보라도 한번 거느려 본 정치인이면 누구하나 가릴 것 없이 이 비자금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정치자금은 어디까지나 정치판에서 돌고 돌아야 한다. 이것이 정치판을 벗어나 개인의 장롱속으로 숨어들때 꼭 문제를 야기한다. 전직 두 대통령사건이 이를 말해 준다.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거액 비자금소유공방이 어떻게 귀결될지 정가만이 아닌 시중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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