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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 정보시대 지도자는…/한완상 한국방송대 총장(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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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 정보시대 지도자는…/한완상 한국방송대 총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7.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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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의 전환점에 서있다. 세계사의 흐름도 그렇거니와 국내 형편을 보아도 지금은 전환점임에 틀림없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이때 역사에 자랑스럽게 남을 지도자가 과연 어떠한 사람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역사의 흐름을 앞장서서 주도해 나가는 사람은 인류에게는 희망을, 민족과 국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준다. 노예해방을 앞장서서 실천한 링컨 대통령이 그러하다. 비록 역사흐름을 앞에서 선도하지는 못하지만, 그 흐름을 잘 타면서 적극 대응하는 지도자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허나 역사 흐름에 거역하는 지도자는 역사로부터 거부당하고 국민과 세계로부터 조롱받게 된다.

20세기는 탈냉전으로 그 종말을 고했고, 21세기는 정보화로 그 막을 이미 올리고 있다. 이 두 흐름을 거역하는 지도자는 자기 나라를 후진시키고 말 것이다. 오는 12월에는 이 두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비전있고 용기있는 지도자가 당선되어야 할 것이다. 탈냉전과 정보사회 도래는 언뜻 보기에는 별개의 현상같으나 실은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첫째, 세계는 거의 모두가 냉전이후시대로 돌진하면서 21세기 문턱을 넘어서려고 하는데 우리 한민족만은 아직도 20세기의 유물인 냉전의 외딴 섬으로 남아있다. 남북간의 긴장과 불신과 대결은 1950년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냉전구도를 강화해왔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모멸과 초전박살의 의지는 너무나 깊이 내면화했고, 일상화했고, 제도화했다. 북이 통일을 외치면 남에서는 그것을 적화통일로 즉각 믿게되며, 남이 통일하자고 하면 북은 당장 흡수통일로 인식한다.

이같은 불신과 대결은 양측 모두에게 엄청난 비용을 강요한다. 냉전유지와 강화비용은 남북 모두에게 커다란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북의 경우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다.

이같은 멍에가 견디기 어려워질수록 북은 개방과 화해로 가느냐 아니면 전쟁을 통한 민족자멸로 가느냐 중 하나를 절박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은 한반도 안에서 냉전의 악순환을 용기있게 종식시킬 큰 비전과 합리적인 프로그램을 지닌 인물을 요청한다. 냉전의 고도를 평화의 중심지로 바꿀 위대한 지도자를 손짓하고 있다. 냉전강화비용을 평화창조비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통찰력과 계획을 지닌 지도자를 부르고 있다.

둘째로, 정보화의 흐름이 또 다른 세계사의 큰 흐름이다. 오늘 우리 경제를 병들게 하는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는 정보화의 적극추진을 요청한다. 무엇보다 국가정보통신망 구축으로 생기는 비용 절감효과는 엄청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보통신시장은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 눈부시게 확장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난해의 18조4,000억원 정도가 2001년에는 48조3,000억원으로 뛸 것 같다. 잘 하면 이 방면의 무역수지 흑자도 매년 20%씩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산업화에는 뒤져 후진국의 수모를 겪다가 이제 겨우 중진국의 대접을 받고 있다. 정보화에는 우리가 기어코 앞서 나가야 국운이 상승할 수 있다. 과연 이 정보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닌 지도자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정보사회는 무엇보다 열린 사회다. 쌍방향통신을 일상화시킬 멀티미디어의 사회다. 시민은 날로 자율적인 존재가 될 것이고 시민운동은 더욱 활성화 될 터이다. 그만큼 정치지도자의 삶은 투명해 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격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증대되어 재택근무 재택교육 재택쇼핑 재택진료 등이 일상화할 것이다. 소비자 중심의 사회, 시민중심의 체제가 뿌리를 내리게 되는 이러한 흐름속에서는 밀실정치, 안가정치 따위는 발 붙이기가 어렵고 그만큼 맑고 밝은 정치인의 출현이 구조적으로 요청될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정보사회 도래는 엄청난 비용을 또한 요구한다. 어디서 그 막대한 비용을 염출할 것인가. 우리의 경우 대답은 자명하다. 한반도만이 수치스러운 냉전의 고도로 남아있기에, 그 엄청난 냉전강화비용을 평화구축비용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정보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과 그에 따른 하드웨어 구축비용과 각종 소프트웨어 생산을 촉진시키는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 모두 현명하고 용기있는 지도자, 비전과 프로그램을 지닌 합리적인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역사적 의무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족과 나라를 그 치욕스러운 20세기 냉전시대의 담보물로 영원히 잡아두려는 반역사적인 인물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21세기 번영국가, 평화민족으로 우리를 우뚝세워줄 용기있는 자를 선택할 것인가를 국민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제 선택의 시간은 두달 남짓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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