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제기한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은닉주장이 5자대결로 굴러가던 대선구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사안 자체가 워낙 메가톤급인데다 대선정국의 와중에 터져 나왔고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퇴로없는 사생결단의 싸움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접당사자가 아닌 후보진영과 여타정파는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이 문제가 몰고올 파장을 나름대로 저울질하고 있다.◎후보지지도/장기전 DJ 타격/이회창 득실여부 부동표 향배 달려
신한국당의 DJ 비자금 은닉 주장이 대선후보들의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단시일내에 결판날 사안이 아니며 장기적으로 신한국당의 추가폭로, 검찰수사, 국민회의의 응전 강도 등의 변수에 따라 변화추이를 달리하게 되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지지도 1위」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지지도변화와 관련해서는 『지지율이 단기간에 급락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30%안팎 지지층의 대부분은 사실상 고정표로 봐야한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파문이 장기화하고 신한국당의 추가 주장이 나올 경우 김총재도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검찰이 수사에 착수, 만에 하나 사법처리 가능성이 가시화하면 김총재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김총재 지지도의 하락이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반등을 가져올지에 대해 이후보의 한 특보는 『당장 이후보가 이득을 얻게 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대선양상이 DJ 대 이후보의 양자 대결구도로 좁혀진다면 범여권표 결속, 친여 부동표 흡수 등으로 이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이전투구식 정쟁에 여론이 등을 돌리면 상대적으로 이인제 전 경기지사쪽으로 부동표들이 쏠려 이 전지사의 지지도가 오를 여지가 있다. 반면 검찰수사로 신한국당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 전지사를 택했던 친여 표들이 급격히 이회창 후보쪽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번 사안이 김종필 자민련총재와 조순 민주당총재의 지지도 변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신효섭 기자>신효섭>
◎4자연대/조·이측 논의 주춤/양자구도 우려속 어부지리 총력전
비자금파문의 여파로 신한국당 민주계 일부와 조순 민주당총재, 이인제 전 경기지사,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등이 제휴하려던 「4자연대」논의가 일단 주춤해졌다.
조총재와 이전지사 진영은 정치자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파문의 와중에서 「어부지리」를 기대하면서도 대선정국의 흐름이 「이회창―DJ」의 양자구도로 고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총재와 이 전지사측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간의 비자금 공방을 「반전의 호기」로 삼아 지지율을 만회한 뒤 정국의 추이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낡은 정치문화의 상징인 정치자금 스캔들에 물들지 않은 「투명성」을 과시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당은 특히 대선후보의 납세증명서 공개 등 조총재의 도덕성을 부각시키는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은 9일 김대중총재의 비자금 의혹에 따른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후보의 납세실적을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권오을 대변인은 『앞으로 「반DJ―비이회창」정서를 하나로 묶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지사측은 창당작업을 착실히 진행하면서 저질 폭로전에 식상한 유권자 흡수작전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 전지사는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비자금 정국이)단기적으로는 신당 합류인사들에게 영향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추는 정국의 흐름을 주시한 뒤 20일께 최종 입장정리를 하기로 했으나 비자금파문으로 선택이 더욱 어려워졌다.<김성호 기자>김성호>
◎신한국 비주류/반이 행보 올스톱 말없이 추이주시
DJ비자금 사건은 신한국당 비주류의 움직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월10일 거사설」은 이 사건 이후 거론조차 되지 않는 형편이고, 집단적이건 개별적이건 반이 행보도 올스톱됐다. 정치권 전체가 뒤집어지는 판에 「소소한」 주류―비주류의 싸움이 무슨 소용이냐는 분위기다.
거사설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서석재 의원측은 『상황 자체가 너무나 불투명하다. 지금 형편이라면 결심을 늦추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서의원측은 그러면서도 『시한에 여유를 둔 것일 뿐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조순―이인제―통추―민주계 일부를 엮는 4자 연대추진이란 「원론」을 재확인했다.
서청원 의원은 아예 측근들에게 함구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현 정국에 대한 일체의 언급은 물론 앞으로의 선택지에 대해서도 아예 입을 다물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변수를 던졌다는 것이 서의원의 판단이란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철저히 자기 목소리를 자제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할 뿐이라고 한다.
서석재 의원과 행동을 함께 할 것으로 관측돼 온 김운환 의원 역시 모든 질문에 소이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태추이를 좀더 지켜보자는 태도다. 비주류측은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한가지 일관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작은 신한국당이 했지만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며, 이번 사건으로 이회창 총재가 득을 보리라는 생각은 성급한 예단이란 것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JP 단일화노선/“내 선택에 달렸다” 아직 미결심 비쳐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은닉주장을 놓고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벼랑끝싸움에 들어가자 이를 보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의중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초점은 김총재가 과연 「DJP단일화」노선을 수정할까 이다.
김총재는 9일 「반공검사」출신인 오제도씨 등 보수주의 인사들과 점심을 함께한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안정을 희구하는 국민여망을 저버리지 말라는 충고를 받았고 이를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김총재는 현재의 정국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DJP단일화」문제는 한동안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 자민련간 후보단일화협상은 비자금파문이 있자 주춤거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원래 계획 대로라면 양측의 합의문 시안이 교환됐어야 하는데도 별 다른 움직임이 아직 없다. 협상대표인 김용환 부총재도 최근 국민회의측의 「신뢰성」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김부총재는 JP독자출마 건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창희 사무총장은 『JP로 단일화가 안되면 독자 출마 밖에 길이 없다』며 조직강화에 나서고 있다.
김총재는 그러나 이날 기자들에게 『정국의 여러 변화들이 하나 둘씩 가시화하고 있으며 이젠 누구든지 단독으로 승리하기는 힘들어졌다』면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는데, 이를 위한 내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는 말로 자신이 최후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총재는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으며 추이를 관망 할 것으로 보인다.<홍윤오 기자>홍윤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