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에 의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비자금 폭로로 정국이 초긴장 국면에 빠져들고 나라 전체가 다시 충격속에 술렁이고 있음은 유감스럽다. 정치를 비롯한 온갖 나라일이 느닷없는 폭로전 없이 평상적인 국정과 법집행만으로 탈없이 수행되고 바로 잡혀질 수 있는 사회를 국민들은 진정 바라고 있는 것이다.그런 국민적 바람이나 우리가 지향할 안정·선진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비자금 폭로 파문의 보다 슬기롭고 성숙된 해법이 절실하다. 그리고 그같은 해법의 대전제란 사실을 사실대로 냉철히 밝혀내고 법의 잣대로 사심없이 재단하는 것 뿐이라고 우리는 본다.
과거 우리 정치권에서는 싸움이 치열할수록 극적인 국면전환을 노린 폭로전이나 흑색선전이 다반사처럼 행해졌다. 심지어 주요 국가기관마저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 싸움에 휩쓸리기도 했다. 문제는 폭로행위 그 자체보다 폭로내용의 규명과 책임마저 정치적 이해나 편의에 따라 흐지부지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엄정한 책임 의식없이 멋대로 폭로·흑색선전을 일삼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왔다.
이번 폭로대결마저 그런 전례에 따라 쉽게 넘겨버릴 수는 없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폭로를 한 신한국당이나 그 대상이 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모두 사실을 사실대로 국민과 법앞에 정확히 밝히고 해명해야 할 무한책임을 갖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먼저 신한국당의 강삼재 총장은 이번 폭로내용을 입수하게 된 경위부터 소상히 밝힐 의무가 있다. 관련자 제보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부족하다. 더구나 여당이 제시한 내용중에는 실명제 관련 대통령 긴급명령에 따라 법원의 허가없이 공개될 수 없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에는 국가기관의 정치적 가담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앞선다.
그 다음으로 여당은 폭로전을 2탄·3탄으로 미루며 정치적 혼란을 거듭 노릴 게 아니라 이럴 때야말로 말보다는 비자금설 관련 증거부터 검찰에 넘기는 것이 실체적 진실 발견의 지름길이 된다. 여당의 거증책임과 검찰의 분발 및 즉각 수사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회의측이나 김총재쪽에서도 분명히 밝힐 부분이 있다고 우리는 본다. 김총재의 처조카 이형택씨에 의한 비자금 관리 여부가 전면 부인되다 하룻밤 사이에 일부 시인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지금 김총재가 더욱 소상하게 해명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적 정치현실에서 거물 정치인이면 상당한 정치자금을 차·도명 관리해 왔을 개연성을 국민들은 충분히 짐작하고 있다. 성실하게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게 수습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번 폭로야말로 결코 폭로로만 끝날 수가 없다. 사실을 사실대로 규명하는 일만이 이번 파문으로 인한 국가적 부담을 덜고 정치와 국정을 제자리 찾게 하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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