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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반성/‘아파트먼트­사물과의 우연하고 행복한 만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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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반성/‘아파트먼트­사물과의 우연하고 행복한 만남’전

입력
199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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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 삶의 허위성 다양한 장르로 표현/30일까지 갤러리 아트빔우리 시대 아파트는 참 많은 이야기를 함축한다. 중산층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의식, 가부장제가 주는 안락함과 반감이 동시에 존재한다. 아파트주민은 화려한 치장을 해가며 뭔가 달라보이려고 노력하지만 그들의 삶은 육면체 안에서 이뤄질 뿐이다. 그래서 아파트는 이율배반의 상징이다.

침대와 화장대, 의자, 거실풍경, 창문 등 아파트를 이루는 일상적 요소를 회화 조각 비디오 컴퓨터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현대인의 삶을 드러내는 「아파트먼트―사물과의 우연하고 행복한 만남」전이 10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아트빔(02―727―5540)에서 열린다.

핑크색으로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억압구조를 드러낸 윤석남의 「거울보기」, 여성의 소시민적 꿈과 욕망을 드러낸 김미경의 「이브의 값어치」, 소금으로 만든 윤영석의 「소금침대」, 세라믹으로 만든 순백색 집기를 전시한 이순종의 「용기 병기 악기」 등은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아파트 내부를 헤집는다. 또 서랍 안에 잔디가 들어 있는 안규철의 「서랍장」, 백남준의 「TV 부처」, 홍승혜의 가짜 창문 시리즈인 「유기적 기하학」, 가식적 친화의 공간거실의 공허한 모습을 설치작품으로 표현한 최정화의 「성형의 봄」, 문은 문이지만 들어갈 수 없는 문을 상징하는 김승영의 「문」 등의 작품은 아파트 구조, 이 시대 삶의 허위성에 대한 반성적 접근이다.

하지만 아파트에 대한 이런 접근에서는 지극히 부르조아적 분위기가 묻어난다. 아파트에 대한 문명비판적 접근은 아파트삶을 향유하거나 적어도 그 정도의 경제적 여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대한 페미니즘적 접근과 중산층문화에 대한 비난 역시 같은 맥락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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