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학원 한글창제 기념식장/“노래방 화면글씨를 읽게됐다”/만학의 길 이겨내 “감격의 눈물”『까막눈이 갑갑해 많은 날들을 울었어요/ … 그 긴 어둠의 날들/ 이제 고개든 희망찬 우리들/ 기역 니은 디귿 가 나 다 라/ … 우리 한글날 만세』
한글날을 하루 앞두고 8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수도학원(학원장 이재식)강당에서 열린 한글창제 551돌 기념식장. 이 학원 「한글교실」 3학년 유정산(71)옹이 떠듬거리며 축시를 읽어나가는 동안 청중석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청중석을 메운 사람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 할아버지 재학생과 「동문」 등 3백여명. 수도학원이 60년 한글교실 개설이후 매년 열어온 한글날 기념식의 분위기는 다른 어느 곳보다 감동적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수십년 「문맹의 한」을 털어내는 감격의 눈물이 매번 행사장을 적시기 때문이다.
한글교실 1∼6학년 과정에 다니는 10개반 3백70여명 학생들은 모두 가슴아픈 사연들을 갖고 있다. 「집 살때 계약서를 읽을 수가 없어서」 「아이들의 숙제를 함께 할 수가 없어서」 「군에 간 오빠의 사망통지조차 못 읽어서」 「남편친구들 모임에서 노래방의 화면을 못 읽어서」…. 그동안 묻어두었던 부끄러움과 서러움을 서로에게 털어놓는 재학생과 동문들의 미소속에는 이제 뿌듯한 자부심이 배어있다.
졸업생대표로 격려사를 읽은 안원희(73) 할머니는 『못배워 품었던 한을 누가 알겠느냐』며 『우리들에게 오늘은 배움의 빛을 던져준 희망의 날』이라고 말했다. 안할머니는 한글교실에서 글을 깨우친뒤 고입, 대입검정고시를 거쳐 지금은 방송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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