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소환 비자금 악몽 되풀이 우려” 전전긍긍/타기업들도 정보망 가동 등 사태파장 분석 분주정치권의 비자금사건으로 재계와 금융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장기간의 경기불황으로 경영여건이 악화할대로 악화한데다 외환위기 기아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아주 불안한 상태에서 「핵폭탄급의 악재」가 터져 관련기업과 금융기관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선 재계는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파문이 제2의 비자금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거명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려있는 상태이지만 나머지 기업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정보망을 가동하고 대책회의 등을 통해 사태의 파장을 가늠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재계는 이번 사태가 시작은 미미하지만 만만치 않은 폭발력을 지녔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가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생사를 건 대결이라는 점에서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재계의 걱정은 자칫 여야가 맞대응으로 나서면서 양측의 비자금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다. 신한국당이 92년 대선의 비자금을, 국민회의가 경선당시의 비자금을 검찰수사로 가져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연결된다면 재계는 재계총수가 줄줄이 소환당하는 95년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재계는 이번 사태가 사실여부를 떠나 이래저래 경영전반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우그룹의 경우 최대의 피해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대우=비자금」의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에 의해 김총재 비자금관리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금융기관들은 「금융실명제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어 대부분 폭로내용을 확인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거래사실에 대한 단순확인부분에 있어서는 일부 금융기관별로 확인과 부인이 엇갈리고 있다.
중앙종금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으로 지목된 40억원의 자금을 93년 당좌수표로 교환해준 사실을 확인했다. 중앙종금측은 그러나 『40억원의 출처나 행방에 대해서는 알수도 없고 알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일은행은 공식입장이 아님을 전제로 『신한국당이 김총재 비자금으로 매입한 양도성예금증서(CD) 15억원중 일부를 실명전환했다는 93년 10월11일과 13일엔 한일은행 동여의도지점에서 CD거래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상업은행은 (주)쌍방울 송동섭 쌍무가 불법 실명전환한 자금 1억8,000만원을 압구정지점에서 현금으로 인출했다는 신한국당 주장에 대해 공식적 확인을 거부했다. 제일은행 동화은행 대한투신 등 여타 금융기관들은 『거래내역을 문의하는 것도 실명제 위반』이라며 철저히 답변을 회피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실명제위반도 위반이지만 사실여부 확인이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입을 벙긋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형택 영업1본부장이 소속된 동화은행측 『이본부장이 지점장을 지낸 지점들의 수신규모가 200억∼30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수십억원이 넘는 거액을 은닉시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이재열·조철환 기자>이재열·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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