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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억제책으로서 군사력/황병무 국방대학원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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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억제책으로서 군사력/황병무 국방대학원 교수(특별기고)

입력
1997.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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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후 강대국들 무력바탕 강압외교/해양·영토분쟁대비 방위전략 확보해야군사력의 역할에는 네가지가 있다. 군사분쟁의 억제, 방어, 강압 및 시위 역할이다. 이 가운데 2차세계대전 이전까지는 군사력의 전시 방어기능이 중시됐다.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국가지도자나 전략가들사이에 전쟁은 지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처럼 인간이 막을 수 없는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른바 「전쟁 불가피」사상에 사로 잡힌 지도자들은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듯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전승사상과 연계시켜 전쟁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대전중 대량살상과 파괴가 가져온 인류의 비극을 경험한 정치지도자와 전략가들은 평시 전쟁억제의 중요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특히 핵무기와 장거리 운반수단의 발전은 지도자들로 하여금 국가정책의 도구로서 전쟁의 유효성을 낮게 평가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 국가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군사력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은 계속 강조돼 왔다. 미국과 구소련은 핵전쟁을 회피하면서 자기 진영국가의 보호와 이탈방지 및 제3세계에서의 영향권 확대를 위해 군사개입을 감행했다. 냉전기간중 베트남전을 예외로 한다면 강대국들의 군사력 사용유형은 2차대전이전 방어목적과는 다른 보다 예방(억제)과 응징외교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군사력 사용이나 제한적 사용을 통해 상대방의 의사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 강압외교의 성격이다.

냉전종식이후 각국의 군사력 역할에 대한 인식은 군사분쟁의 억제, 방어 외에도 강압외교의 유산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94년 봄 한반도에 핵위기로 전운이 감돌 때 북한을 방문, 김일성과 면담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보따리에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마지막 수단으로써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이 불가피하다는 최후 통첩성 대안이 들어 있었다. 김일성이 핵동결의사를 밝히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군사력 사용의지와 능력을 갖춘 미국의 강압외교가 북한 당국에 전개된 결과였다.

96년 봄 중국은 대만해협에 대한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육·해·공군에 의한 군사력 시위로 대만당국과 미국에 대해 일국양제를 벗어나려는 대만의 어떠한 외교적 움직임도 저지하겠다는 베이징(북경)당국의 의지와 능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항모 2개 전단을 대만해협 인근 해역까지 파견, 군사력에 의한 현상 변경은 군사력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맞받아쳤다.

21세기 국가간의 국력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각국의 군사력은 국가이익이 잘 보호, 발전되도록 보장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지난 4월 발간된 미국 방위소요의 총괄적 검토서인 국방검토서(1997∼2015)에는 미국의 안보이익을 보호하고 촉진시키기 위한 국제안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유럽과 아태지역에는 평시 각각 10만 미군을 전개시켜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러한 전진배치 병력은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시키는 「안정자」내지 「균형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한편 베이징지도자들은 마오쩌둥(모택동)시대 이후부터 『군사력이 약하면 강대국에 들볶임을 당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군사력은 경제현대화의 보장세력임을 강조한다. 베이징당국은 『대만이 독립하거나 핵무기를 만들때 군사력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대만에 대한 경고를 공식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위협이 아니다.

북한은 한국전쟁을 통해 한국을 군사력에 의해 공산화하려 했다. 한국전쟁이후 4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북한의 68년 청와대 기습미수사건이나 83년 랑군 테러사건과 같은 분란 도발, 94년 봄 협상테이블에서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시도한 전쟁 협박, 그리고 최근에는 정전체제의 무력화를 위한 공동안전구역에서의 북한 병사들의 무력시위 등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도발은 북한이 군사력을 대남전략의 주요 수단, 특히 강압외교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앞으로 남북간에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군사력 역할에 관한 북한의 인식 변화이다. 북한은 군사력의 억제와 방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한편 대남적화 군사노선과 벼랑끝 외교 및 시위 역할을 포기해야 한다.

북한의 인식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우리 군은 북한의 전면전 도발의 억제와 방위전략의 우세한 확보는 물론 북한의 강압전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운용 전략을 마련, 국가 전략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는 주변국가와 영토분쟁 및 해양권익과 이용을 둘러싼 분쟁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보장세력으로서의 군사력의 평시적 역할의 중요성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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