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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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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언론매체의 여론조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후보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가 벌어지고 그 결과가 언론에 수시로 발표될 수 있게 된 것은 민주화진전의 한 징표라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언론의 여론조사가 대세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개적인 여론조사가 불가능했던 권위주의 시절에는 일부 재벌이 선거판세를 읽는 중요한 소스가 되기도 했다. 재벌이 전국조직을 갖고 있는 계열 보험사의 모집인(생활설계사)을 통해 은밀히 여론조사를 해 재벌 오너에게 보고하곤 했다. 정권의 향방에 재벌의 민감한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각 정당도 자체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수치를 흘리곤 했다. 결과야 뻔한 노릇이었다. 각 후보의 지지율이 모두 선두이다 보니 각 정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1백%가 훨씬 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와 통계는 거짓과 4촌간」이라는 불신을 낳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가 과열되면서 여론조사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다. 무엇보다 여론조사의 과학성 측면에서 일부 불신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를 경쟁상품으로 이용하다 보니 조사의 시점에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내기도 하고 오차 범위내의 차이를 두고 순위가 뒤집힌 양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정당이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강변하는 태도다. 심지어는 국회정치개혁특위에서 여론조사의 표본수에도 시비를 걸고 있다. 이해집단인 정당이 조사전문기관의 여론조사를 못 믿겠다는 억지나 다름 없다. 모처럼 꽃피기 시작한 여론조사의 착근을 위해서는 여론조사기관의 전문화와 함께 정치권의 의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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