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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거’ 추방 물건너갔나/손봉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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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거’ 추방 물건너갔나/손봉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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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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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정치는 여론에 민감한 편이다. 그러나 여론정치라고 하기 보다는 너무 심하게 여론을 타고 여론에 끌려 왔다갔다 하는 정치다.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고 그 여론에 따라 정치를 해준다면야 국민으로서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여론이라는 것이 조변석개하는데다 많은 경우 언론들이 경마식 보도를 통해 조성하는 호들갑식 여론이다. 하루 이틀 어떤 사건이 불거지면 온 나라를 들쑤시듯 떠들어대다가 사건이 가라앉으면 언제 그랬느냐 싶을만큼 쉬 잊어버리고 만다.문제는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멀리보고 책임지고 나가야 할 정치지도자들이 이 냄비 끓듯하는 여론에 따라 우왕좌왕하는데 있다. 한보비리사건과 92년 대선자금공개시비가 터지자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의 경험을 전제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과거식 선거를 다시 되풀이 한다면 나라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자연히 돈 안드는 선거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정치권의 목소리 역시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개혁관련법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는데 모아졌다. 지금 국회에서 협상중인 정치개혁입법은 바로 이러한 여론정치의 산물로 봐야 할 것이다.

당시의 분위기로 정치개혁관련 입법은 획기적으로 개정될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몇 달동안 정치권의 행보를 보면 개혁입법에 대한 의지나 강도는 출발당시에 비해서 형편없이 후퇴하고 말았음을 쉬 알 수 있다. 여론이 잠시 비켜나서자 정치권은 각자 제몫챙기기에 바쁜 모습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국회의 정치개혁특위는 돈안드는 선거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국민은 또다시 허탈감과 냉소주의에 빠져들게 되었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정치개혁입법의 핵심과제는 고비용선거운동구조를 원천적으로 개선하여 돈덜드는 선거운동체제로 바꾸자는데 있다. 그 첫번째 대안은 대규모 청중동원으로 말썽많았던 옥외 정당연설회를 폐지하고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선거운동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정당연설회는 역대 대선때마다 수백만명의 청중을 일당을 미끼로 불법 동원함으로써 막대한 선거비용 지출을 초래했다. 그런데 이번 여야협상안에는 이런 옥외연설회를 횟수만 줄여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옥외집회를 허용한다면 세과시를 위해 정당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 자명하다. 이렇게 되면 돈안드는 선거는 결국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에서 유권자와 후보자가 직접 만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함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군중집회가 불법선거운동의 온상이요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의 주범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연설회를 완전폐지해 보는 실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대신 소규모 개인연설회를 더 많이 허용하여 유권자와의 접촉기회를 최대한 보장한다면 대중매체에만 의존하는 선거운동의 단점도 보완될 수 있으리라 본다.

돈덜드는 선거를 치르려면 유급선거운동원의 수도 대폭 줄여야 한다. 현행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유급선거운동원의 수는 94년 통합선거법이 제정될 당시보다 두배로 증원된 숫자이다. 이를 반으로 줄여 선거법 제정당시의 수준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유급선거운동원의 수를 줄이지 아니하는데 여야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음을 국민은 주목하고 있다. 선거공영제를 확대하자면서 선거운동원의 수는 줄이지 않고 그 수당 전액을 국고에서 보전토록 하자는 것은 돈안드는 선거의 근본취지에 어긋날 뿐아니라 국민의 세부담을 더욱 크게 가중시키는 처사이다.

정치개혁입법의 방향이 국민은 안중에 두지않고 단지 정치하는 사람들의 편익과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정치특위는 여야가 하나씩 주고받는 정치적 거래소로 변질되고 있다.

대선후보자들이여! 저마다 당선후의 청사진들은 화려하게 제시하면서 왜 당장 눈앞에 닥친 개혁입법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관망들만 하고 있는가. 후보자간의 경쟁이 어느때 보다 치열한데도 개혁입법을 두고 『나는 다른 후보자들과 확실히 다르다』는 차별화는 왜 시도하지 않는가.<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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