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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해서 움직이기 힘들어요’/정부산하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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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해서 움직이기 힘들어요’/정부산하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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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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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기관·출연연·공단·재단·협회… 정부예산의 두배가 넘는 지출/고용인원 44만명의 ‘거대조직’이 인력과잉·기구중복·비효율적 운영 등으로 나라살림을 축내고 있다/그러고도 되레 산하기관은 늘어만 가는데정부산하기관이 나라살림을 갉아 먹고 있다. 총예산이 정부 예산의 2배가 넘는 산하기관은 방만한 조직관리와 비효율적 운영으로 낭비와 비효율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이나 과거나 지금이나 정부는 고치겠다는 약속 뿐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위인설관식 인사로 노는 인력이 넘치고 실무에 깜깜한 「낙하산」 사장은 경영보다는 정부 눈치보기와 보신에 급급하다. 불필요한 예산 지출과 편법적인 경비 전용은 다반사이고 기구확대, 신청사 건설, 관리직 증원 등에 아까운 돈을 낭비하고 있다.

「준정부조직」으로 불리는 정부산하기관은 인원이나 예산이 중앙부처를 능가한다. 총무처에 따르면 96년말 현재 정부투자기관과 자회사, 출연연구소, 공단, 재단, 협회 등 정부산하기관은 모두 379개. 고용 인원이 44만명에 예산은 153조원을 넘는다. 96년 정부예산 63조원의 2.42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여기에 정부의 직·간접 지원과 통제를 받는 기관까지 합치면 1,000여개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산하기관은 방만한 조직만큼이나 운용도 부실 투성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96년 18개 정부투자기관과 101개 정부산하기관 감사에서 적발된 변상·시정액은 1,241억원. 379개 산하기관으로 감사를 확대할 경우 낭비액은 그 3배인 3,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중앙 정부의 변상·시정액(1,808억원)의 2배를 넘는다.

불필요한 조직과 인력 과잉은 산하기관의 공통적인 병폐. 96년 도공종합감리공단 등 4개 공공감리공단은 감리원의 10.7%(26명)가 일이 없어 본사에 대기 발령중인 상태에서 감리원 131명을 신규 채용했다. 더구나 감리원수를 유지하기 위해 저가 수주와 부당경쟁까지 벌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전국 지역·직장 의료보험조합은 보건복지부의 조직진단 결과 정원의 15.1%인 2,200여명의 과잉인력을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억원의 경비가 드는 부이사장, 고문직 등을 만들고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상위직과 관리직을 증설하는 일도 허다하다.

기능이 비슷한 산하기관의 난립과 중복투자로 인한 비효율성도 크다. 교육부 산하의 한국장학회와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은 기구 중복으로 인한 낭비가 연 5억여원에 달한다. 3개 기관이 각자 독립청사를 건설, 200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기금은 특히 기능 중복이 심해 재경원이 유사한 기능을 가진 24개 기금의 통폐합 필요성을 지적했을 정도이다.

불필요한 예산 지출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한국산업은행은 전산센터 건물에 사용하지도 않는 총재집무실과 임원전용사무실 110여평을 설치하고 사무실 비품비 1억여원을 낭비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산하연구소 지원 목적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연구프로젝트를 발주, 2억7,000만원을 날렸다. 기업신용카드를 이용, 「기관돈을 내돈처럼」 마구 빼쓰는 일도 허다하다. 96년 한국청소년개발원과 성업공사는 개인 휴가비와 경조사비로 1억2,000여만원을 유용했다.

더욱 큰 문제는 운용의 비효율성.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정전시간이 92년 268분으로 일본(26분)과 대만(231분)보다 길었고 94년 노동생산성도 257(만kwh/인)로 대만(353), 일본(564), 미국(441)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독점적 지위 덕분에 외형적으로는 민간기업보다 수익률과 재무구조가 견실하지만 내부 경영의 비효율성은 심각한 상태다.

산하기관의 비효율성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 특히 낙하산 인사는 고질적인 병폐가 돼 있다. 사장, 감사 등 경영진 대부분이 조직이나 실무와는 무관한 전직관료나 정치인이다. 정부투자기관 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고위관료 출신인 사장이 경영엔 관심이 없고 주위의 경조사 참석과 행사 개최, 외부 활동 에만 몰두해 실무자들의 불만이 크다』고 털어 놓았다.

정부의 간섭과 통제도 지나칠 정도이다. 재경원이나 주무부처 사무관 1명이 4, 5개 정부투자기관을 쥐고 흔드는 게 보통이다. 이사회는 허수아비나 다름없고 중요한 경영방침이나 정책은 관선이사인 주무부처 담당국장이 결정한다. 정부투자기관의 한 관계자. 『재경원이나 소관부처 사무관에게 보고서 올리는 일이 업무의 태반이에요. 경영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바랄 수도 없어요. 정치논리에 사업 방향이 왔다갔다 하는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직원들도 일할 의욕을 잃고 있다. 정부의 통제로 임금이 7년째 제자리 걸음인 데다 인사적체도 심각하다. 어쩔 수 없이 「임금 뒷거래」와 편법적인 수당 지급이 관례화했다. 정부투자기관 노조연맹 권순정 부위원장은 『80년대 후반 사업급팽창과 함께 정부가 앞장서 조직을 확대해 놓고 이제와서 감원과 효율화를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인센티브 제도와 조기 명예퇴직 등 조직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축소, 통폐합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산하기관은 증가일로에 있다. 93년에 비해 기관수는 57개, 고용인원은 5만1,586명이나 증가했다. 예산도 79조4,054억원에서 153조1,087억원으로 무려 73조7,033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런 산하기관의 증가는 정부와 산하기관의 「밀월관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산하기관은 공생 관계』라고 말했다. 정부는 산하기관에 예산과 조직 확대 등 보호막 역할을 해 주고 산하기관은 부처 공무원에게 퇴직후 자리를 보장한다는 것.

더구나 산하기관에 대한 국회 심의 등의 통제는 유명무실하고 설립 및 확장이 용이해 부처마다 기능이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산하기관이 난립할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산하기관 인력과 예산에 대한 종합적인 통제시스템은 전무하다. 체계적인 평가와 감사는 물론 현황 파악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문민정부가 줄기차게 외쳐 온 「작고 효율적인 정부」는 퇴색해 버리고 정부보다 더 커져 버린 산하기관이 나라살림만 축내고 있다.<배성규 기자>

◎정부도 산하기관 숫자파악 ‘깜깜’/각부처 관리기관 포함땐 1,000개 이상 추정불구/예산·인원 운용 등 공식 집계자료 전무

정부산하기관은 정확히 법적으로 정리된 개념은 아니지만 보통 공공 기능을 담당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 운영되는 기관을 총칭한다. 정부투자기관, 정부출자기관, 정부재투자기관을 비롯한 각종 공단, 사업단 등 공공사업집행기관, 연구소와 연수원, 공제조합 등 상호부조기관, 기타 특정 공적기능 수행기관을 포함한다.

산하기관은 사회 발전과 함께 그 수가 점차 늘고 규모도 커지는 추세이지만 정부는 이들의 숫자, 인원, 예산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경원과 총무처 등이 집계한 정부 산하기관은 정부출자기관과 정부재투자기관 등을 포함, 총 379개. 이곳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은 총 43만9,429명으로 행정부 국가공무원 56만 2000명의 78.1%에 이른다. 예산은 96년의 경우 153조원으로 96년 정부예산 63조원의 2.42배에 달했다.

문제는 총무처나 재경원이 파악하고 있는 산하기관 외에도 각 부처가 관리하는 잡다한 기관을 포함할 경우 그 숫자가 크게 늘어 난다는 점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확인한 92년 정부산하기관은 모두 953개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재 1,000개를 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자료가 정부 어느 곳에도 없다. 일본 총무청이 정부산하기관의 현황을 철저히 파악할 법적인 의무를 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총무처 관계자는 『법률에 의해 직접 설치되는 법인이나 민법 또는 상법에 의한 법인으로서 별도의 법적용을 받는 산하기관에 대해서만 파악하고 있을 뿐 각 부처에서 관리하는 산하기관은 일일이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총무처의 한 관계자는 『산하기관이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이를 본격적으로 집계하자고 하면 윗사람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털어 놓았다.

정부산하기관의 관리·운영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던 용인대 행정학과 이수철 교수는 『정부가 제공하는 산하기관에 대한 자료는 믿을 것이 못된다』며 『정부 관계자들은 산하기관을 인사 숨통을 트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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