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셈 제각각 전쟁 안갈듯/미국항모파견 중동 반미기운 차단/이란이라크 묵인속 반군세력 폭격/이라크비행금지 해제요구 호기 활용미국이 니미츠 항모전단을 걸프만에 급파하자 이란도 이에 맞서 8일부터 북부 걸프해역에서 「승리 8」로 명명된 대규모 해상 워게임을 실시키로 하는 등 걸프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니미츠 전단은 9일께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란이 북부 걸프해역 1만5,000해리 범위에서 예정대로 해상 워게임을 실시할 경우 현지 해상에서 양측간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번 긴장이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사태를 야기한 지난달 29일의 이란 전투기 이라크 남부 공습 자체와 이에대한 이라크 및 미국의 대응이 다분히 정치적 계산에 따른 「시위」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이란의 공습이 지난달 26일 뉴욕에서 이루어진 이란 이라크간 외무장관회담 직후 단행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계정상화 노력에 합의한 이날 회담에서 화해조건의 하나로 이라크가 이란측의 골칫거리인 피플스 무자헤딘 등 이라크 남부에 거점을 둔 이란출신 반이란 무장단체 소탕에 양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가 전쟁 당사국인 이란의 월경공습에 대해 『즉각 응징하겠다』는 엄포만 내놓은 뒤 후속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점이 이같은 분석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대신 이라크는 사건 직후 유엔안보리에 91년 걸프전 후 미국 등 다국적군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의 해제를 요구, 이라크 나름의 속셈을 드러냈다. 이라크는 대이라크 추가 제재안을 논의할 금주 안보리회의를 앞두고 「비행금지구역」해제요구를 적절히 제기함으로써 이를 미국의 대이라크제재정책 전반을 무력화할 계기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미국의 항모전단 파견은 중동에서 반미의 선봉국인 두나라에 대한 확고한 무력시위이다. 하지만 미국 역시 모하메드 하타미 정권 출범 이후 관계정상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대이란관계를 이번 사건으로 일거에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이 니미츠전단의 현지 작전중 또다시 이라크 공습을 감행, 이란기에 대한 미국측의 공격을 야기한다면 중동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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