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의 사진이 실린 노동신문을 훼손했다며 신포의 경수로 원전공사를 중단시키고 한국 근로자들의 이동을 한때나마 금지, 사실상 억류한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북한이 억지를 부린지 4일만인 어제 억류를 해제하고 철수시켰던 북측 근로자들을 복귀시켜 작업이 재개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불쾌하기 짝이 없다.북한이 50여년간 주민들을 억압·통제하며 김일성 부자의 우상화 신격화 작업을 해 온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설사 김부자의 사진이 실린 신문 등 출판물들을 성물처럼 관리시키는 것이 그들의 관습이라 해도 그것은 그들의 일이지 우리 근로자들이 지킬 의무는 하나도 없다. 다 본 신문 등을 자유롭게 처분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인데 관련자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난센스인 것이다.
도대체 북한은 우리측의 경수로 근로자들에 대해 어떠한 강제도 할 권한이 없다. 즉 경수로 건설을 주관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은 특권 및 영사보호의정서에서 「북한의 관습을 따르도록 요구하거나 정치적 사회적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또 작년 양측이 합의한 북한 출입국 절차와 통행의정서는 경수로 인력은 공사부지와 기타 작업구역을 자유로 왕래하고 활동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북한은 스스로 합의, 서명한 의정서를 위반한 셈인 것이다.
여기서 북한의 생트집 속셈을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가 있다. 충성스런 현지 책임자의 과잉 지적을 생각할 수가 있다. 그보다는 대남 전략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즉 비록 경수로 원전획득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7∼8년 계속 입북, 작업할 수천명의 한국 근로자들에 대해 초반부터 심리적 위협과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다. 또 오는 10일 전후 김정일의 노동당 총비서직 승계에 앞서 남측으로부터 사과, 적어도 유감표명이라도 끌어내어 남측에 대한 또 하나의 외교적 성과로 장식하려는 것으로도 짐작된다.
아무튼 우리측은 북한의 억지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KEDO를 통해 북한이 근로자들의 신변안전과 보호에 관한 의정서를 성실히 준수할 것과 이같은 억지의 재발방지약속을 요구, 다짐을 받아야 한다. 제8차 경수로부지조사단은 이같은 원칙아래 최소한 해명을 들은 후 방북해야 한다. 재발할 경우 공사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경수로 공사 중단으로 손해 보는 측은 북한뿐임을 알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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