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출신 ‘비 레이건’ 꿈/좌충우돌 돌출 행동에 국민들 “걱정반 기대반”「엘비스 머리에 콧수염, 러키 스트라이크 담배를 꼬나문 정의파」
차기 필리핀 대통령으로 유력한 호셉 에스트라다(60) 현 부통령의 전형적인 이미지이다. 98년 5월 실시될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월등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에스트라다는 제임스 딘을 흉내냈던 젊은 날의 건달 연기가 체중도 불고 나이도 환갑에 접어든 지금도 그대로 몸에 배어 있는 영화배우 출신이다. 그의 애칭인 「에랍」도 필리핀판 「맨발의 청춘」인 「친구」에서 맡았던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러한 그가 대통령에 바짝 다가섬으로써 필리핀인들에게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경제계와 식자층 등 이른바 기득권의 대다수는 「대학도 못 나오고 영어도 형편없는」 그에 대해 걱정이 태산 같다. 피델 라모스 현 대통령이 가까스로 일궈 놓은 경제기틀을 무식한 그가 한번에 날려 버릴까 우려한다. 이러한 인식이 라모스 대통령의 중임 움직임 기저에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그의 말과 행동은 걸기 이를 데 없다. 94년 마닐라에서 미스 유니버스대회가 열리자 미스 콜롬비아를 찍어 『그녀가 나를 택한다면 마누라를 버리겠다. 안가겠다면 암살이라도 시키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도대체 아무도 지키지도 않을 법안을 왜 통과시켜야 하냐』고 상원 석상에서 따진 적도 있다. 10년간의 상원 생활중 최대의 업적은 물소 보호법안을 통과시킨 일이다. 여자를 밝히는 데다 두주불사형의 호주가로도 유명하다. 그에게 「체통」 「격식」이라는 단어들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무식한 듯하면서도 거침없는 태도는 대중을 사로잡는다. 미 웨스트포인트 출신인 라모스가 중후하게 이끌던 정치판에 거리감을 가졌던 보통사람들은 격의없는 그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더욱이 최근 라모스측이 중임의도를 포기하면서 에스트라다 앞에는 탄탄대로가 깔리게 됐다. 이제 그는 필리핀의 「레이건」이 될 꿈에 잠겨 있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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