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값 5천억으로 버티기 배수진/협력사 연쇄도산땐 조업 불가능 “공멸”/포드사 반발·정치권 입김도 변수브레이크가 풀린 기아호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기아그룹이 법정관리신청을 끝내 거부하고 화의를 통한 회생의 길을 모색키로 함에따라 기아사태는 방향타를 상실한 채 막다른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기아사태는 이제 표면적으로는 법원의 화의여부에 대한 판단에 따라 생존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수순을 남겨놓게 됐다. 그러나 이에 앞서 기아그룹의 생존력, 계열사의 도산, 정치권의 움직임, 외국합작사의 태도 등에 따라 국면이 바뀌거나 파국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아그룹의 운명을 결정할 4대변수를 정리한다.
◆기아의 자체생존력=기아그룹은 화의결정 때까지 약 3개월여동안은 외부지원 없이 스스로의 자금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기아측에 따르면 기아자동차의 경우 1개월동안 자동차를 팔아 모을 수 있는 자금은 최대 5천억원 정도. 이중 4천5백억원 정도는 우선적으로 협력업체를 지원하고 최악의 경우 직원들의 봉급과 운영비를 최대한 줄이면 현상유지는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사태 장기화로 기업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차량판매가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그룹 전체적으로 매달 1천억원이상의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화의까지 생존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기아그룹이 도중에 도산위기에 처하면 화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낮아져 파산 또는 법정관리를 통한 제3자인수가 추진될 공산이 크다.
◆협력업체 도산여부=협력업체의 생존여부도 기아그룹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요변수중 하나.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달 들어 3천4백여개사의 1차 협력업체중 1백∼2백여사가 도산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될 정도로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은 극에 달해 있다. 기아측의 현금결제가 턱없이 모자라고 어음할인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자동차부품중 70%이상은 1개의 부품만 없어도 완성차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주요 부품업체가 10개 이상 도산하면 자동차생산은 어려워진다』고 실토했다. 협력업체 도산이 속출할 경우 기아자동차의 조업은 연쇄적으로 중단돼 사태해결은 물건너가게 된다.
◆포드 등 외국합작사의 태도=미국 포드사의 태도가 기아사태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가는 상황도 가능하다. 17% 지분을 보유한 기아자동차 최대주주인 포드사는 최근 재정경제원에 서한을 보내 사실상 법정관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기아그룹이 생존에 실패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될 경우 포드사는 지분소각을 우려해 반발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고 이에따라 기아사태는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포드사의 태도는 기아의 제3자인수문제에서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드사는 특히 최근 기아그룹에 자금을 지원하고 경영권에 본격 참여하는 방안을 기아측에 타진하고 기아측은 이를 긍정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의 영향=양대 대선후보인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3일 TV토론에서 화의를 통해 기아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정치권의 움직임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잇따라 기아측을 지지하는 발언을 함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은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여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김동영 기자>김동영>
▷기아사태 일지◁
▲7.15―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 지정
▲7.19―기아그룹 사장단 일괄사표
▲7.20―기아자동차 할인판매단행
▲8.1―자동차 3사, 기아특수강 공동경영키로 합의
▲8.4―채권단회의, 자금지원없이 2개월부도유예 결론
▲8.13―기아, 기아정기와 기아중공업 합병 발표
▲8.14―이회창 신한국당대표 소하리공장 방문
▲8.22―삼성그룹 신수종사업계획 폭로
▲8.24―기아, 최대규모 인원감축
▲9.22―기아자, 아시아자 등 4개계열사 화의신청
▲9.26∼30―기아자동차 등 14개사 재산보전처분 결정
▲9.26―기아특수강, 인터트레이드 법정관리 신청
▲9.29―부도유예협약 만료. 채권단 기아측에 법정관리신청 요구
▲9.29∼30―기아자동차노조 법정관리방침에 항의, 파업단행
▲10.5―기아, 화의고수방침 채권단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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