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팩·빈병 등 무려 30톤/주류 밀반입 곳곳 난장판·암표상 극성/2002월드컵 대비 의식성숙 계기로한국 축구대표팀이 아랍에미리트연합을 격파한 4일 밤 잠실주경기장은 승리의 기쁨에 들뜬 7만 관중이 남기고 간 쓰레기와 오물로 뒤덮였다.
경기가 끝난 직후인 이날 하오 9시께 관중석에는 각종 알루미늄캔과 소주팩, 먹다 남은 김밥 도시락과 페트병, 비닐봉지, 폐종이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전광판 아래 응원석 등 경기장 곳곳의 의자 수십여개는 부서지거나 주저앉았고 온전한 의자 위에는 신발자국이 선명했다.
이날 잠실주경기장은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바로잡아야 할 비뚤어진 관전문화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서 쓰레기를 치운 관중은 축구동호회 「레드데블」 회원 5백여명과 일부 청소년들 뿐이었다. 대부분은 승리감에 들떠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바빴다.
이날 버려진 쓰레기는 1톤 트럭 30대분으로, 40여명의 청소용역원이 3일동안 꼬박 매달려야 치울 수 있는 방대한 양이다. 양도 많고 각종 쓰레기가 뒤섞여있어 분리수거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청소용역을 맡은 D용역 관리부장 성낙중(50)씨는 『경기가 끝난 뒤 잠실주경기장의 모습은 처음 일을 맡았던 3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하나도 없다』며 『관중이 자기가 먹고 마신 쓰레기만 치워가도 이렇게까지 더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경기장내 주류반입이 금지돼 있는데도 관중석 곳곳에는 숨겨들여온 소주팩과 맥주캔이 많이 남아있었고 일부 관중은 경기 시작전부터 술에 취해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 수백명은 출입문 외곽 노점상에서 술과 안주 등을 구입, 자정이 넘도록 좌판을 벌이며 주변 인도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경기 시작전 밤새 매표소앞을 지킨 열성팬을 우롱하듯 암표상들이 수백여장의 뭉치표를 들고 다니며 2∼3배의 웃돈을 받고 파는 광경도 변함없는 연례행사였다.
암표를 구입한 캐나다 교민 김모(53)씨는 『고국을 떠난 20년전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라며 『이런 관전문화로 과연 2002년 월드컵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한·일전이 열렸던 도쿄국립경기장에서는 모국관중의 「소문난」 매너를 우려한 재일민단측에서 미리 쓰레기수거 캠페인을 벌였으며 경기후에는 자원봉사자를 동원, 한국관중석의 쓰레기를 치워 「망신」을 막았다.
또 이날 일본관중 일부는 경찰의 격리조치로 먼저 퇴장하는 한국응원단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성숙한 관전문화를 보여주기도 했다.<정진황 기자>정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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