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말하리까. 내가 지금 가수 조미미씨의 「먼 데서 오신 손님」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우리사회 실상과 정치현장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그 현장의 조직적 부도덕성과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는 이 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서, 특히 거짓과 탈법, 위약과 배신을 능사로 삼고 있는 그들의 변화무쌍한 언행을 지켜보면서 이 나라 청소년 교육의 한 모퉁이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순결하고 정의로운 젊은이들에게 뭐라고 가르쳐야 하는지, 그것을 묻고 있는 것이다.젊은이들에게 『부도덕성은 개인은 물론 나라를 멸망케 한다』고 새삼스럽게 역설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도리어 『그들을 본받아야만 이 나라의 파워엘리트로 신분상승할 수 있느니라』라고 말을 뒤집을 것인가.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축재와 투옥을 비롯해서 각종 권력형 부정과 한보비리 사건을 거쳐 오늘의 대권싸움에 이르기까지 고위 지도층 인사들이 저지르고 있는 국가적·사회적 추태를 순결무구한 젊은 지성들에게 우리 교육자들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 것인가.
아집과 기만, 부패와 사욕은 모두 기성 지도층의 몫이고 그대들 신세대의 몫은 오로지 인내와 굴종뿐이라며 체념과 방관을 권장해야 할 것인가. 『그들이 「바담풍」하더라도 너희는 「바람풍」할 것이며 그들이 바닷게처럼 옆으로 걷더라도 너희는 앞으로 똑바로 걸어야 할 것이니라』라고 훈계만 하면 되는 것인가. 청소년들은 선배들을 보면서 닮아가고, 미워하면서 닮아간다. 그래서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모든 사회적 일탈행위에 대해 학교와 현장 교사들만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
무엇이 우리를 이 지경으로까지 추락시켰으며 도대체 무엇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인가. 세상이 올바로 뻗어나가려면 그 사회의 모든 하부구조들이 각각 고유의 권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각자가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상하좌우의 모든 구조로부터 존중되어야 하고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 사회가 민주적으로 발전하고 합리적으로 성장하려면 다수의 권위체가 사회내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각자 스스로 책임을 지며 서로 존중하는 자율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21세기 선진한국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주장의 저변에는 매우 중요한 전제가 깔려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권위에는 필수적으로 정통성이 내장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정통성이 없는 권위는 억압이며 폭력일 뿐이다. 진정한 정통성이란 어떤 하부구조가 특정 역할을 수행할때 구성원들이 그것을 매우 당연하고 정당한 유권적인 결정 또는 행동으로 인정하고 마음속으로부터 승복할때 생겨나는 하나의 관계 개념이다.
바꿔 말하면 신뢰의 체제 기능적 개념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정통성이 존재하는 한 그 사회나 조직은 인정과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통성은 다음의 세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 바, 첫째는 민주성이요, 둘째는 생산성이요, 셋째는 도덕성이다. 민주성은 겸허를 바탕으로 하며, 생산성은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고, 도덕성은 정신적 가치체계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위 세가지는 삼위일체가 되어 서로 보완하고 상승하면서 정통성을 구성해 낸다. 그러나 그 중의 제일은 도덕성이며, 도덕성이야말로 정통성 그 자체로서 권위의 실체라 할 것이다. 도덕성을 삼륜차의 앞바퀴에 비유한다면 민주성과 생산성은 두 개의 뒷바퀴라 할 만하다. 하나의 체제나 조직이 도덕성을 상실하면 전혀 앞으로 발전할 수 없으며 민주성과 생산성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오늘날 이 나라 경제의 위기와 좌초가 경제 지도층의 부도덕성, 즉 비양심과 불성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시계 제로의 이 나라 정국의 혼미는 정치지도층의 부도덕성,즉 오만과 사리사욕, 거짓과 술수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어디를 둘러봐도 권위가 없고 정통성이 없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에게 뭐라고 말하리까」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장교사들의 고뇌어린 진솔한 푸념이다. 그러나 그 대답을 찾아내는 일은 우리 교사들의 몫이 아니다. 이 나라를 정치·경제면에서 지배하고 있는 파워엘리트들이 결자해지, 스스로의 몫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소돔·고모라성에는 없었지만 천만다행히도 이 나라 고위지도층 가운데는 그래도 의인 열이 있다고 나는 확신하기 때문에 결코 절망함이 없이 고집스럽게 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즉, 내 제자와 자식들에게 나는 『뭐라고 말하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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