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도와 사전협의안해 “계약위반”/북 김정일 총비서 승계앞둬 “부담”경수로 사업의 진행 과정에 노동신문의 김정일 사진이 훼손돼 발견된 것은 남북한 양측에 모두 「껄끄러운 상황」이다.
우선 김정일의 당총비서직 승계를 앞둔 북한으로서는 한마디로 분위기가 상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 사건이 「북한 지도부를 모독한 심각한 행위」라고 규정,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30여명의 근로자 전원 철수와 사업중단이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북한은 또 노골적으로 우리측 인력들의 이동을 막지는 않았으나 숙소 인근 길목에 배치했던 공안요원을 통해 『인민들이 분개하고 있어 신변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으니 가급적 출입을 삼가 달라』는 식으로 위협을 가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수로 공사는 주로 의정서상의 사택부지에 우리측 숙소를 지어 현재 임시로 사용되고 있는 강상리초대소에서 이사하는 것이다. 북측 노무인력 없이는 진전되지 않는 공사다.
사실 한국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10년 가까이 추진될 경수로사업에서 이같은 「우발적 상황」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이미 의정서협상을 통해 만반의 태세를 갖춰 놨다. 즉 지난해 7월 영사보호 의정서에서 북한은 우리측 근로자를 포함한 KEDO 관계자들을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으며 이들에게 북한의 관습이나 정치·사회적 의무를 강요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이다. 또 이같은 KEDO의 권한이 남용되었다고 북한이 판단할 때라도 북한은 어떤 조치를 취하기 전에 KEDO와 사전 협의를 거치게끔 돼 있다. 그러니까 제도적으로는 북한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훼손된 사진이 발견돼 상부에 보고된데다가 이 사실이 공개됨에 따라 이제 물밑 교섭이나 막후 협상을 통해 북한이 슬쩍 발을 뺄 것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의 입장은 확고할 수 밖에 없다. 금호지구내 한국전력과 시공단 인력의 신변안전보장 재확인과 조속한 사업재개 요구 이외의 다른 대응 방안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경수로사업이 중단된 것은 지난해 9월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 이후 이 번이 두번째다. 남북한 공동사업이 얼마나 돌발변수가 많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금호지구를 특별 지정하고 기존의 의정서가 발효되고 있는 이상 북한이 최소한 경수로사업에 관한 한 사고방식을 국제수준과 일반적 관행에 맞춰야 하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기대 섞인 지적이다.<김병찬 기자>김병찬>
▷경수로작업중단 상황일지◁
▲97년 8월19일=경수로 부지공사 착공. 이후 금호지구 내 사택부지에 우리측 숙소 건설 공사 진행.
▲9월30일=우리측 임시숙소(북한 강상리 초대소)의 사무실 집기를 사택부지 사무실로 옮긴 뒤 임시숙소 사무실 휴지통에서 노동신문의 김정일사진이 찢어진 채 발견됨.
▲10월1일=북, 우리측에 사실 통보 및 항의 표시와 함께 공식 사과 요구.
▲10월2일=하오부터 북 근로자 30여명 철수. 양화항에 정박중이던 우리측 바지선 「코렉스 챔프」호와 「통운」호의 물품 통관 거부(바지선은 1일 양화항에 입항). 경수로 사업 중단. 임시숙소 인근 길목에 사복 공안요원 2명 배치, 출입 통제. 스티븐 보스워스 KEDO 사무총장 대북 항의서한 전달.
▲10월4일=북 공안요원 철수. 임시숙소 사택부지 양화항간 통행 가능해짐. 통관 재개(우리 인력들이 북측 근로자 없이 하역).
▲10월5일=정부, 6일 예정된 8차 부지조사단 방북 계획 보류. 공개적으로 북한에 우리 인력의 신변안전과 사업 재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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