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 “빅2땐 반DJ바람”/“적의 적은 동지” 묘한구도/3자 공격타깃 수시교차대선구도를 둘러싸고 고도의 정치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현 다자구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판세가 판가름나기 때문에 여야 각 후보들은 대선구도를 자신들에 유리하게 이끌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강자는 현상유지를, 도전자는 현상타파를 도모한다』는 고전적 정치이론이 지금의 대선경쟁에도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강자」의 입장에서 현 5자구도의 유지를 바라고 있다. 5자구도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3∼4자가 출전하는 다자구도가 형성되기를 기대하며, 실제 대선구도가 압축되지 않도록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2위 각축을 벌이는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 이인제 전 경기지사는 각각 자신과 DJ의 양자구도로 몰고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총재, 이 전지사 모두 2위를 확실히 굳히면, 반DJ표를 송두리째 결집시켜 막판에 대역전극을 연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현상유지냐, 타파냐」는 큰 차원에서 보면 김총재와 이총재, 김총재와 이 전지사 사이에는 각각 적대적 구도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누가 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할 주적이냐」는 실질적 테마를 놓고보면, 현상타파론자인 이총재와 이 전지사가 훨씬 각박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자신이 2위가 되지 않는 양자구도는 다자구도 보다 못하기 때문에 「이―이」 진영은 각각 사활을 걸고 득표전에 나서고 있다. 역설적으로 DJ가 어느 한쪽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 다른 후보는 DJ와 잠재적인 동맹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는게 지금의 상황이다.
이런 이상현상은 DJ, 이총재, 이 전지사의 지지표가 성향상 현격한 차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DJ 지지표는 다른 후보와의 중첩성이 별로 없어 응집력이 강하지만, 이총재와 이 전지사는 비슷한 성향의 지지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원용하면, DJ는 시종일관 29∼34%의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총재나 이 전지사는 15∼26%의 범위내에서 상대방이 하락하면 자신이 상승하는 「대체재」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총재나 이 전지사의 지지표를 합한 40% 안팎이 범여권 내지는 반DJ표로 뭉칠 경우 만만치 않은 세를 이룬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국민회의는 이를 인식, 이총재와 이 전지사가 계속 대등한 경쟁을 하도록 공세의 방향과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이총재의 하락세가 계속될 때, 국민회의는 이른바 「이회창 파일」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으며, 최근 이 전지사의 하향세 조짐에 따라 이 전지사 비판을 삼가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대선구도의 조정이 인위적으로 되지 않다는 점에서 DJ는 확실한 당선안정권에 진입하기 위해 JP와의 단일화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총재나 이 전지사는 2위를 굳혀 범여권의 대표주자로 부각되면, 여권성향의 표와 반DJ표를 묶어 40%대 이상의 지지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아래 대선구도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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