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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의 눈’ 크게 뜬 소비자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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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의 눈’ 크게 뜬 소비자 단체

입력
199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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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문제 제기,농약잔류기준 도입 등 성과/“정부대신 나서면 통상마찰 가능성도 줄어”각종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의 수입량이 해마다 엄청나게 늘면서 유해물질 검출소동이 잇따르자 시민·소비자 단체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이종석)은 O―157 파동이 발생하자 수입 식품에 대한 모니터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검역제도 개선 예산의 확대를 위한 시민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우리 먹거리를 생각하는 모임」(상임대표 최진호)도 현행 선통관 후검사 방식으로는 국민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며 현지 사전검사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사실 수입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의 검사 및 감시활동에 관한 한 시민·소비자단체들은 단순히 정부 검역기관의 보조 역할을 뛰어넘는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89년 정부 검역기관에 앞서 미국산 자몽에 발암성 물질이 함유돼 있음을 밝혀냈다. 이 단체는 이후 지속적인 자몽 불매운동을 벌여 마침내 정부로 하여금 그때까지만 해도 전무했던 농약 잔류량 기준을 도입토록 하는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또 90년에는 미국, 호주, 중국산 밀에서 국제 허용치를 수십배 이상 넘어서는 맹독성 발암물질을 검출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자체 실험실과 검사인력을 보유한 단체는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정도. 그나마 형편이 어려워 첨단 장비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고, 검사인력 또한 2, 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민·소비자 단체들은 정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소비자연맹 이양희 실장. 『수많은 수입 식품 전부를 완벽하게 검사하고 사후 감시를 하기란 정부 검사인력과 장비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비자 단체들은 생활현장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세밀한 감시가 가능하다. 소비자 단체와 정부기관 간의 상호보완적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이 아쉽다.

그러나 지원은 커녕 문제를 제기하면 공연히 골칫거리나 만들어 내는 말썽꾼 정도로 보는 정부 관계자들이 많다』

「소비자 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 김재옥 사무총장은 『정부가 검역기관의 결과를 근거로 외국에 반송조처를 공식 요구하면 공연한 트집을 잡아 통상마찰로 번진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시민·소비자 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사항에 대해서는 트집을 잡기가 어렵다. 소비자 단체를 잘 활용하면 국민 건강권과 국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황동일 기자>

◎‘검역강화=수입규제’ 분쟁 가능성/검사기간 오래 걸려 농축산물 부패/불공정 규제여부 WTO서 감시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농·축·임산물은 109억4,000만 달러. 90년 54억2,000만 달러에서 불과 6년 사이에 두배 늘었다. 지난 7월1일부터 농·축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된 올해는 118억 달러에 품목은 약 440종에 이를 전망이다.

농림부는 이처럼 국내 반입되는 외국산 농·축산물의 양과 종류가 늘어나자 지난 6월 수입품목의 통관실적 및 동식물 검역실적을 매일 파악하고 식물 병해충검사 및 육류안정성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등 검역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번 O―157 파동도 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강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검역강화가 통상마찰을 가져올 소지가 있다는 점. 이때문에 당국의 수입 농·축산물의 검역강화조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역을 강화하게 되면 통관시간이 길어지고 이 과정에서 농·축산물이 부패 혹은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져 사실상 수입규제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농·축산물 수출국에서는 기회만 있으면 수입국에 대해 검역완화를 요구하고 이 문제는 결국 양국간 통상현안으로 부상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수입 농·축산물 시장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이미 여러차례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검역절차가 자국산 농·축산물 수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킨 적이 많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에는 한국 검역소의 통관지연으로 플로리다산 자몽이 썩게됐다며 우리측에 검역 관련 협의를 요청, 검사기간을 대폭 단축시켰으며 94년에는 관리를 우리나라에 보내 소시지 등 육가공품에 수입관행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우리측이 대비책을 만드느라 부산을 떨기도 했다.

비단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연합(EU)과 브라질은 유럽연합산 포도주 수입과 관련해 심각한 시비가 있었으며 EU는 또 캐나다와 수입치즈의 검역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었다. 까다로운 검역이 수입국의 보건 위생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수입규제를 위한 것이라는 불신이 밑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국경없는 무역시대」가 열리면서 검역을 수입규제수단으로 삼을 수 없게 됐다. WTO는 식품위생 및 동·식물검역(SPS)위원회를 설치, 검역을 수입제한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감시하고 있다.

이때문에 우리 정부는 수출국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검역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와 마찬가지로 농·축산물 수입국인 일본 등과의 공조체제 구축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배성규 기자>

◎전문가 기고/김동민 안성산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력·장비부족 타령 앞서 검역 효율성 제고해야

최근 미국산 쇠고기에서 병원성 대장균 O―157균과 식중독균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되고 해당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된 것이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검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농산물 수입개방 확대에 따라 수입물량은 급증했으나 인력과 장비가 뒤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관련 정보 및 검사·검역의 효율성 부족, 검사·검역체계상의 문제 등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같은 지적은 95년 미국산 오렌지 통관 및 유통기한 문제 때에도 제기된 적이 있다.

인력과 장비를 늘리고 검사·검역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양적 측면이 반드시 질적 측면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정밀검사 비중은 높으나 적발률은 낮다는 점이 그 반증이다. 따라서 인력과 장비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효율성 제고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위험정도에 따라 서류·관능·정밀검사, 시료채취 여부 등이 자동분류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우선 주력해야 할 것이다. 또 인력 및 장비가 적정하게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수입농산물의 3분의 2가 부산지소에 집중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인력과 장비는 서울 본소에 집중되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선진국은 시료채취 여부, 합격판정 여부, 통관절차 자료 등을 국별, 시기별, 품목별로 데이타베이스화 해 위험 정도에 따라 차별적인 검사·검역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특채 등 다양한 선발방식을 도입하고 첨단 장비도 이른 시일에 확충해야 한다. 이같은 효율성 제고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적정보호수준, 과학적 근거주의에도 합치되어 통상마찰의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 검사·검역 체계는 인체와 관련된 것은 보건복지부, 동·식물 보호와 관련된 것은 농림부 소관으로 이원화해 있다. 그중 육류 위생검사는 동물 검역소가 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식품위생법에 따라 검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 개정시 복지부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따라서 일원화가 필요한 부분은 부처 이기주의를 떠나 이뤄져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검사·검역체계는 사전 정보 및 고도의 전문성 없이도 관리가 가능한 국경 중심의 사전관리 형태를 취하고 있어 수입량이 급증하거나 문제 발생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반송 또는 폐기처분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때가 늦어 유해식품이 유통될 수 있으므로 도착지 검사·검역을 보완하는 사전 현지검사·검역을 활성화해야 한다. 동시에 사후관리 형태인 병해충예방, 질병방역, 유해식품의 모니터링에도 정부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식량자급률이 26.7%로 수입의존도가 높아진 지금 수입농산물의 안전성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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