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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행정 당당하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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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행정 당당하게(사설)

입력
199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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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157로 촉발된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병원성대장균 오염파동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과정에서 개방시대의 우리 식품안전관리체계가 과연 이상태로 괜찮은 것인지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이와 같은 의문의 근거는 먼저 국내 행정당국이 보여준 무책임과 무소신, 그리고 안일에서 찾을 수가 있다. 복지부는 문제의 O―157균과 리스테리아균 외에 이와 유사한 O―26균을 발견하고도 무려 두달 가까이 숨겨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 공개도 국감현장에서였고 그 이유를 출처규명을 위한 역학조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신중한 태도로 보기엔 너무도 무책임하고 안일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영문도 모른 채 이 고기를 섭취했을 시민의 건강에 대해 무감각했다는 얘기와도 같아서다. 결국 O―26균에 오염됐을지 모를 해당 쇠고기는 지금쯤 시중에 유통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측면의 근거 이유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미간의 쇠고기 갈등을 들 수가 있다. 미국측은 6일 농무부의 식품안전검사처 검역전문가를 우리나라에 보내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미국측은 한국이 O―157균 검출 사실을 사전에 자기네에게 통보해 주지 않고, 내용을 발표했던 사실에 항의를 했는가 하면, 이번 방한하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재조사를 실시토록 요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측의 검역방식과 신뢰성을 불신한다는 뜻과 같다. 이같은 태도는 다른 외국에서 선례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식품안전을 위해 우리가 실시해 발표한 검사까지도 무시하는 행위는 우방국으로서 대단히 무례한 행위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농축산물의 시장개방확대에 따라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우리 국민의 건강은 우리가 지킨다는 자세로 당당히 지킬 것은 지키고 맞서서 대응하는 자세확립이 필요하다.

미국 일부에서는 무역적자가 계속 느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수입의 억제를 위해 한국측이 O―157 사태를 확대했다느니, 또는 미국의 통상압력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저자세로 대응할 것이란 모욕적인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이같은 오해와 왜곡된 시각조차도 말끔히 씻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이같은 우리의 자세확립을 위해서라도 현행식품안전관리기준의 상향조정과 엄격한 시행은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식품안전은 말 그대로 사람이 먹는 음식에 대한 믿음이다. 이를 보호하는 것은 마땅히 정부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O―157균 검출발표를 지체했던 것이나 O―26균 검출사실을 숨기려 했던 당국의 처사는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 하겠다. 좀더 투명하며 당당히 소신있는 행정이 이뤄질 것을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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