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타들 캐스팅 거절 이젠 옛말/“내가 게이다” 솔직히 밝히기도10여년전만해도 금기시되던 게이역을 서슴없이 맡는 스타들이 점차 늘고 있다. 84년 폭스사가 아내를 버리고 다른 남자를 찾아가는 남편의 얘기를 다룬 「사랑하기」를 만들 때만 해도 해리슨 포드와 마이클 더글러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젊은 배우가 게이역을 거절했다.
하지만 93년 톰 행크스가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역으로 오스카주연상을 받은 「필라델피아」와 지난해 로빈 윌리엄스가 게이로 나온 코미디 「버드 케이지」 등이 빅히트를 하며 게이역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 요즘에는 스타들이 이미지훼손 걱정을 않고 게이역을 흔쾌히 수락하고 있다.
이번 여름에 개봉돼 지금까지 1억2,000여만 달러를 벌어들인 「내 친구의 결혼」에는 줄리아 로버츠가 게이인 루퍼트 에커렛과 둘도 없는 친구사이로 나온다. 지난 19일 선보인 코미디 「인 앤 아웃」에는 케빈 클라인이 게이선생이다. 개봉 첫 주말 1,500만 달러를 벌어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결혼을 사흘 앞둔 인디애나주 한 작은 마을의 고교 영어교사가 오스카주연상 수상 소감을 통해 선생님이 게이라고 폭로하는 옛 제자때문에 겪는 난처한 입장을 요절복통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나 TV의 배우들은 이제 게이역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 동성애자인 배우들도 자신이 게이임을 거침없이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내 친구의 결혼」에서 호연한 영국배우 루퍼트 그레이브스는 내놓은 게이이다. 인기 TV 시트콤 「엘렌」의 주연여배우 엘렌 디제네리스는 얼마전 자기 프로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디제네리스의 연인인 영화배우 앤 하처(볼케이노)는 연인에 이어 자기도 게이라고 공개, 화제가 됐다.
배우들의 이같은 진실공개가 과연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겉으로는 그들의 경력이 훼손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윌리엄 허트는 「거미여인의 키스」(85년)에서 게이로 나와 오스카주연상을 받았고 알 파치노도 「크루징」과 「개같은 날의 오후」에서 게이로 나온 뒤 오히려 배우로서 활짝 피었다.
영화 관계자들은 『에이즈로 세상 관심이 게이에게 집중되면서 이들이 사회 한 구석에서 뛰쳐나와 전면으로 부상하게 됐다』며 『게이가 많은 할리우드도 더 이상 이같은 사회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박흥진 한국일보 미주본사 칼럼니스트>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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