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회수도 재개 1주일동안 1조원이상 거둬들여수년동안 자취를 감췄던 종합금융업계의 「꺾기」가 다시 등장, 극성을 부리고 있다. 또 대형 부실여신의 증가와 은행권과의 수신경쟁 등으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일부 종금사들이 앞다퉈 자금을 회수하면서 쌍방울그룹이 부도위기에 몰리는 등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압박받고 있다.
3일 종금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종금사들은 어음을 할인하면서 이 가운데 일부 금액을 어음관리계좌(CMA)에 유치하는 방법으로 꺾기를 행하고 있다. 한때 부도설에 휩싸였던 A기업은 최근 50억원짜리 어음을 종금사에서 이틀기한으로 할인받았다. 연 17%의 고금리를 적용, 이자 493만원을 떼고 49억9,517만원을 받았지만 이중 2억원은 다시 이 종금사 CMA에 예치해야 했다. 종금사측은 중간에 돈을 찾지 못하도록 통장은 종금사에 보관할 것을 요구했다. A기업 자금담당자는 『사정이 워낙 다급해 항의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타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최근 자금악화설이 도는 일부 대기업들도 꺾기를 요구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B종금사의 영업간부는 『기업과 협의해 예금을 유치하는 경우는 있지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금사들이 CMA를 이용한 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 은행권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수신실적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종금사들의 CMA예탁금 잔액은 지난 한달동안에만 1조1,433억원이 줄어들어 9월30일 현재 8조3,75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꺾기는 또 급격한 어음할인잔액 감소를 막으면서 안전하게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신용이 불안한 기업들의 어음기간을 연장할때마다 일정금액을 예치함으로써 할인잔액은 유지하면서 사실상 여신을 조금씩 회수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8월부터 은행들의 꺾기를 완전 금지시켰으며 다음주부터 전은행에 대해 꺾기근절을 위한 특별검사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종금사에 대해서는 검사와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금리자유화이전에는 종금사들이 금리보전을 위해 어음할인 금액을 며칠간 강제로 저금리 예금에 묶어놓는 방식의 꺾기가 성행했으나 4∼5년전부터는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안다』며 『꺾기는 중점검사항목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금사 사장단은 8월 기업체들에 대한 무리한 여신회수를 중단하겠다고 결의했지만 기아사태가 혼미를 거듭하면서 종금업계의 자금회수도 본격화하고 있다. 종금사 보유 기업어음(CP) 할인잔액은 기아그룹이 화의를 신청한 22일 20조6,600억원이었으나 부도유예기간이 만료된 29일에는 19조5,800억원으로 줄어 1주일동안 1조원이상의 자금이 종금사에 의해 회수된 것으로 분석됐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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